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인 파두가 고금리로 스타트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올 해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신생 기업)에 등극했다. 파두는 신규 투자금을 발판 삼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공략과 연내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최근 120억 원의 신규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지난해 4월 약 3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9개월 만이다. 파두는 상장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자금조달(프리IPO)에 나섰고, 신규 투자자인 위드윈인베스트먼트, IBK캐피탈을 비롯해 기존 투자자인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참여했다. 투자는 파두가 발행한 보통주를 인수하는 형태다.
파두는 이번 투자 유치에서 기업가치로 1조 800억 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파두는 2016년 12월 SK인포섹(현 SK쉴더스)과 포레스트파트너스 등에서 첫 투자를 받았는데 당시 기업가치는 약 540억 원이었다. 6년 여 만에 몸값이 20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파두는 다만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의 경색으로 최대 500억원의 투자 유치를 기대했지만 산업은행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벤처 ‘큰 손’들이 막판에 불참 결정을 내리면서 확보한 자금 규모는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
파두는 이에 따라 연내 상장을 목표로 IPO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회사측은 NH투자증권(005940)을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고, 한국투자증권에 공동 주관사 역할을 맡겼으며 이들 증권사와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파두는 최근 기술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각 기관으로부터 'AA'와 'A'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 IPO 시장이 회복될 경우 파두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 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기대가 벌써 나온다.
파두는 IPO 추진과 함께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차세대 제품군을 개발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파두가 주목하는 분야는 데이터센터 시장이다. 파두는 지난해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에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파두의 SSD 컨트롤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파두는 메타 뿐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과도 공급처 확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파두는 작년부터 SSD 컨트롤러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빠른 속도로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다"며 “올 해 IPO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확보하면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파두는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2015년 6월 설립했다. SK텔레콤(017670)에서 반도체 컨트롤러 기술을 개발한 남이현 대표와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한 이지효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주요 투자자로는 컴퍼니케이(307930)파트너스와 AJ캐피탈파트너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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