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에서 노사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심의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위원 위촉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노동계에서는 최근 정부 측의 노동계 힘 빼기 흐름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위 교체 위원 5명(경영계 2명, 노동계 3명)은 아직 위촉장을 받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교체 위원 위촉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계 관계자는 “통상적이라면 고용부 장관이 이달 말 최저임금 심의 요청을 하기 전 위원 인선이 모두 마무리됐어야 한다”며 “과거 위원 교체 과정 등을 미뤄보면 올해는 위원 교체가 너무 늦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이달 말 심의 요청을 하더라도 다음 주 1차 전원회의 개최가 어렵다. 지난해와 달리 1차 전원회의가 다음 달 중순에야 개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위원은 최저임금법 시행령(제12조)에 따라 근로자위원은 총연합단체인 노동조합에서, 사용자위원은 전국적 규모 사용자 단체에서 추천한다. 이후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위촉한다. 현행법에 따라 근로자위원 추천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사용자위원 추천은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이 맡고 있다.
노동계는 이달 초 교체 위원 추천을 마치고도 새 위원이 위촉되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최근의 국민연금 상황이 최저임금위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보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노동계가 추천한 위원들의 임명을 미루는 등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예년처럼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노사가 서로 제시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대부분 표결로 결정됐다. 지난해 심의도 8년 만에 법정 시한일을 가까스로 지켰다. 게다가 올해 심의는 고물가, 경기 악화부터 업종별 차등 적용까지 합의를 어렵게 할 변수가 산적해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추천한 위원들에 대한 위촉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교체 위원 서류 제출이 늦었고, 위촉장이 동시에 수여되다 보니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1차 전원회의는 위원 위촉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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