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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매출 10% 급감…3년만에 최저

2월 2.6조로 코로나패닉 직후 수준

기업들 생산 축소 속 프리미엄 강화

이르면 하반기 수요 다시 살아날 듯

롯데하이마트의 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전 판매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하이마트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2월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경상금액)이 ‘코로나19 패닉’ 직후였던 2020년 3월 수준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견조한 프리미엄 가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는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장기화하는 소비 침체 속에 업계의 사업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월 국내 가전제품 판매액은 2조 6227억 6100만 원으로 1월(2조 9150억 2200만 원)보다 10.02%(2922억 6100만 원) 줄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2.5%나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던 가전 판매는 1월 2조 9150억 원으로 반짝 상승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크게 낮아졌다.

2월 가전 판매액은 2020년 3월(2조 6175억 3100만 원)이래 최저치다. 2020년 1분기는 2019년 말 코로나19가 발병한 뒤 급격한 소비 침체를 겪었던 시기다. 이후 재택 문화 확산과 함께 특수를 누렸던 가전 시장은 ‘엔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이다.





승용차, 통신 기기 및 컴퓨터, 가구 등 다른 내구재는 1월 대비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반등의 계기를 찾았지만 가전만 유독 힘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가전 교체 시기를 계속 미루는 중”이라며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이사 수요가 줄어든 점도 악재”라고 설명했다.

소비 침체가 길어지면서 국내 주요 가전 업체들도 생산량을 줄이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가전 1위인 LG전자(066570)의 생활가전(H&A)사업본부는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세탁기 22.5%포인트, 에어컨 14.2%포인트 등 크게 낮췄다. 삼성전자(005930)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지난해 TV·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영상 기기 분야의 가동률을 81.4%에서 75%로 내렸다. 위니아(071460)의 경우 대표 제품인 김치냉장고의 생산 실적이 2021년 21만 9000대에서 지난해 17만 3000대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그나마 대기업의 경우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은 부진한 수요에 직격타를 맞으면서 보릿고개를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다. 경영난에 빠진 한 중소 가전 업체는 반년가량 직원 임금 지급을 지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하반기쯤 소비 수요가 점차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한동안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던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안정화하고 있다”며 “중국 리오프닝과 기업들의 재고 조정 효과 등으로 하반기부터는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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