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코스닥 강세장과 채권금리 하락에 힘입어 호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회사채 발행이 늘고 중소형주 위주로 기업공개(IPO) 흥행이 잇따르며 기업금융(IB) 부문 실적도 지난해 말 대비 개선됐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005940)·한국금융지주(071050)·삼성증권(016360)·키움증권(039490))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1조 11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2384억 원)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추정치 합계 역시 8674억 원으로 직전 분기(3741억 원)보다 곱절 이상 증가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증권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395억 원으로 직전 분기(269억 원)의 9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같은 기간 799억원에서 1915억 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25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직전 분기(1400억 원 적자)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 수익의 80% 이상이 주력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나온다.
이외 실적 컨센서스가 제시되지 않은 다른 증권사들도 1분기에 전 분기보다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우선 코스닥시장 중심으로 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 6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35.3% 늘어났다.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9조 6000억원)은 유가증권시장(8조 원)을 뛰어넘었다.
연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며 은행에 묶였던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3월 주주총회 기간을 앞두고 행동주의펀드 열풍이 불며 주주활동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증가했고,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코프로(086520)·에코프로비엠(247540) 등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일부 테마주 중심의 쏠림현상도 나타났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개인투자자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 분기보다 20% 안팎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지난해 하반기 증권사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채권 금리가 올해 1분기에는 가파르게 하락해 채권운용 부문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인식됐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가격은 상승한다.
IB 부문의 분위기도 지난해보다 나아졌다. IB 부문도 지난해 연말보다 분위기가 나아졌다. ‘연초 효과’로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며 IB부문 채권발행시장(DCM)의 수익이 늘었고, 코스닥시장 강세로 중소형주 중심의 기업공개(IPO)도 활발했다.
1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 속에 증권주도 연초 대비 크게 올랐다. 다올투자증권(94.7%), 키움증권(29.4%), 한화투자증권(23.2%) 등 증권주 23개 종목의 주가는 연초 대비 전날까지 평균 12.3% 상승했다.
다만 증권 업황이 반등했다고 단언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관측도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당국·업계의 유동성 지원으로 대규모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잔존 우려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정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나타난 높은 거래대금 수준은 특정 테마의 강세에 기반한 현상이라 지속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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