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단독] 중앙부처 18곳 재정사업 중 '미흡평가' 15% 집중 칼질

■ '지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타당·효과성 낮은 사업유형 명시

부처별 '상·중·하' 자율평가 요구

국가·지자체·민간 역할 재조정

유사 중복 사업 등 대대적 손질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추 경제부총리는 이날 “모든 보조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부 재검토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당 또는 위법하게 집행된 부분에 대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뿐 아니라 이런 쪽에 예산이 배정되지 않도록 작업 강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두 달가량 앞두고 각 중앙부처에 재정 효율화를 위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산 시즌(5~8월)에 예산 당국이 각 부처의 예산 담당자를 소집한 회의는 자주 있었다”면서도 “이번처럼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제출한 후(5월 31일 마감)에 다시 불러 지출 구조조정을 위한 상세 지침을 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 효율화를 강조한 후 이번 지침이 내려온 만큼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예산 당국의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이다. 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각 부처에 “재정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상·중·하’ 3단계로 평가하라”며 “이 중 ‘하’에 속하는 사업 예산을 과감하게 효율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타당성과 효과성이 낮은 사업 유형 총 11가지를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타당성 미흡 유형에는 △국회·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사업 △최근 5년간 과도하게 증가한 사업 △3년 이상 관행적인 지원이 이뤄진 사업 등 6가지, 효과성 미흡 유형에는 △집행 부진 사업 △전달 체계 정비가 필요한 사업 등 5가지가 있다. 이렇게 손질한 예산을 △국방 등 국가 본질 기능 △약자 복지 실현 △미래 성장 동력 지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동시에 권고했다.

예산 당국이 칼질을 해야 하는 사업의 구체적 예시까지 제시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24조 원)에 육박하는 지출 구조조정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가 과감한 효율화를 주문한 재정 사업 자율 평가에서 ‘하’에 속하는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약 15%(2020~2022년 기준)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지난해 18개 중앙부처의 실질 재량지출 예산(125조 원)에서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 예산을 추정해 보면 약 19조 원(15.3%)에 이른다. 즉 최소 19조 원 상당의 사업이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이는 3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 밝힌 목표인 ‘재량지출 10조~12조 원 구조조정’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특히 예산 당국이 일부 부처에 30% 수준의 재구조화를 권고한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규모는 지난해 24조 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만큼 지출 효율화에 대한 예산 당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공적연금 등 법률에 따른 지출)은 늘어나는데 경기 둔화로 세입 기반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2022~2026년)에 따르면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7.5%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조정 가능한 재량지출의 증가율(1.5%)을 크게 웃돈다. 그런데 5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8.5% 줄어든 36조 4000억 원에 그쳤다. 연말까지 지난해만큼 세수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정부 전망(400조 5000억 원)보다 41조 원이 덜 걷히게 된다. 강도 높은 지출 재구조화가 시급한 이유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칼질이 예상되는 사업으로는 태양광과 각종 보조금 사업이 꼽힌다. 최근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비리 등에 대한 감사 결과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사업과 관련한 비리 혐의가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재정 사업 자율 평가 보고서에서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 접수를 연 1회에서 3회로 늘리는 등 집행률 제고 노력을 했으나 실적이 부진하다”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불법 하도급 등 일부 부적정 집행 사례가 발견돼 내년에는 더 적은 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 부처 관계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 집행을 미루거나 규모를 줄일 부분은 없는지 재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 편성의 핵심 키워드는 지출 효율화”라며 “다만 구조조정 30%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치를 정해 놓고 인위적으로 예산을 칼질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먼저 들여다본 후 필요성이 인정되면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대 최대 구조조정’ ‘지출 30% 효율화’ 등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예산 편성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