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총 구매 비용의 39%가 자국인 네덜란드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ASML에서 공급망 전략을 책임지는 웨인 앨런 최고전략공급구매담당자(CSSPO)는 6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사가 위치한 네덜란드의 기업 간 협력 현황에 대해 한마디로 이야기했다.
ASML은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회사다. EUV 노광기를 필두로 지난해 연 매출 212억 유로(약 30조 원)를 달성했다.
ASML은 네덜란드 외 유럽 지역(41%), 북미(13%), 아시아(7%)에서도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단일국가 기준 네덜란드 공급망에서 구매하는 비용이 단연 압도적이다. ASML의 협력사 5000개 중 네덜란드 소재 공급 업체 수는 1600개에 이를 정도로 자국에 촘촘한 소재·부품·장비 공급망과 외주, 유지 보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열린 혁신으로 함께 성장한 네덜란드의 협력사들이 ASML의 성장 잠재력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셈이다.
앨런 CSSPO는 인터뷰에서 “ASML은 현지 공급 업체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이 연구개발(R&D)과 지속 가능성에 투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네덜란드나 유럽 공급 업체와만 협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국 기업과의 협력은 근접성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기업의 혁신을 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네덜란드의 ‘이노베이션 박스’라는 제도를 예로 들었다. 이 제도는 특허 등 R&D로 일군 무형자산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을 25%에서 9%로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핵심 기술로 성과를 내는 기업이 이득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셈이다. 지난해 R&D에만 33억 유로(약 4조 6600억 원)를 쏟아부으며 약진 중인 ASML 입장에서는 적잖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다. 앨런 CSSPO는 “ASML은 네덜란드에서 1위 R&D 회사”라며 “혁신을 지원하는 정부가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며 ASML의 기술 발전에 확실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네덜란드 정부는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현지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ASML은 한편 대만·한국 등 세계 최대 칩 메이커들이 있는 지역으로도 공급망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기도 화성에 2400억 원을 투자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재제조 설비와 트레이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매우 기쁘다”며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투자 협력 방안을 계속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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