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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파행에 FA컵 전북-인천 4강 '연기 확정'…잔디 훼손 가능성도 있어 "축구계 우려"

정부·잼버리 조직위의 오락가락 행정에 9일 전북-인천 4강 연기

K팝 콘서트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려…잔디 훼손 가능성에 우려

지난 3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3차전’ 파리 생제르맹(PSG) 대 K리그1 전북 현대 경기에서 선수들이 쿨링 브레이크 시간을 맞아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파행 운영으로 인해 대한축구협회 FA컵 전북 현대-인천 유나이티드 준결승전이 결국 연기됐다.

8일 축구협회는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 전북-인천 경기를 연기하기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기 일정은 축구협회와 양 구단이 협의해 추후 공지하기로 했다.

경기가 인천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이 규정상 개최지 변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불가하다고 축구협회는 설명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규정을 보면 홈 클럽이 경기 개최를 포기하거나 조명 잔디 등 홈 경기장의 시설 기준이 미비해 경기할 수 없을 때 등에 한해 어웨이 팀에서 경기를 치르게 돼 있다"면서 "정부가 경기장을 '차출'해버린 이번 상황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경기가 연기된 근본 원인은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의 '오락가락 행정'에 있다.

잼버리 개막 후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속출, 참가자 건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6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K팝 콘서트의 날짜와 장소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했다.

정부는 이 발표를 6일 오후에야 내놨다. 이에 축구협회는 7일 정오께 전북과 인천에 예정된 경기를 9일로 연기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후 기상청이 태풍 카눈 상륙을 예고하자 정부는 잼버리 참가자들을 수도권으로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K팝 콘서트 장소도 서울로 바뀌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자 축구협회는 정상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천이 우려를 표했다. 6일 전북과 K리그1 원정 경기를 치른 인천은 그대로 전주에 남아 FA컵 준결승전을 준비하다가 경기 연기 공문을 받고 7일 오후 인천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인천은 대회 규정 상 인천 홈으로 경기 장소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축구협회의 규정 해석은 인천과 달랐고, 결국 경기는 연기되는 쪽으로 최종 결정됐다.

축구협회는 "잼버리 행사와 관련된 변수로 경기 참관을 계획했던 축구팬, 홈경기 및 원정경기를 준비하는 양 구단 등 모두가 일정과 준비에 차질을 빚은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팝 콘서트와 폐영식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됨에 따라 12일 오후 7시 킥오프하는 K리그1 26라운드 전북-수원 삼성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은 26라운드를 대전 원정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일정 상의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수만 명이 찾는 대규모 콘서트 행사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커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부가 말 한마디로 한국 축구의 텃밭인 K리그 그라운드를 빼앗아 가는 모습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면서 "정부가 더는 '사적 영역'인 프로축구판을 마음대로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경기장 운영을 시설공단이 아닌 구단이 책임지는 등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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