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 자금을 조달하려 가상화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정부의 압수물 및 가상화폐 분석업체 보고서를 바탕으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가 최근 1년 새 가상화폐 계좌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가상화폐 추적업체 엘립틱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스라엘 당국이 PIJ와 연계됐다고 지목한 가상화폐 계좌에 총 9300만 달러(1250억 원)의 가상화폐가 입금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분석업체 비트오케이(BitOK)의 분석에서도 하마스가 PIJ 사례와 비슷한 기간 가상화폐 계좌로 4100만 달러(550억 원) 이상의 가상화폐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세 단체는 모두 미국 정부에 의해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돼 있으며 재무부 제재로 국제은행망을 통해 자금을 주고받을 수 없다. 이에 중개자가 없어도 되는 가상화폐를 자금 거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하마스가 가상화폐로 받은 자금이 이번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파악된 자금이 가상화폐를 이용해 거래된 이들 단체의 자금 중 극히 일부일 것으로 추측했다. 하마스의 자금을 파악하는 연구원들은 이 단체가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현금을 들여오는 것을 포함해 가상화폐를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올 6월 헤즈볼라 소유의 가상화폐를 압수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 뒤 디지털 통화 사용으로 테러 자금 조달을 중단하는 일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가상화폐 계좌를 동결하고 나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는 전쟁이 벌어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부를 요청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며 “경찰과 국방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협업을 통해 다수의 계좌를 동결하고 자금을 국고로 돌렸다”고 밝혔다. 동결된 계좌 수와 가상화폐 가치 등 세부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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