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혁신가의 모습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조용병(사진) 은행연합회 회장은 이달 초 취임식에서 은행연합회 임직원들에게 “현재 은행권의 편중된 수익 구조와 불충분한 디지털 경쟁력은 은행이 혁신을 회피하고 쉬운 영업에 치중한다는 인상을 줘 은행의 수익 창출 노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초래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조 회장은 이어 “전문성이 뒷받침된 열정을 갖고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은행을 위한 정확한 내비게이터이자 예민한 센서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금융 산업 환경에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안주하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을 표현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신한금융에서 시작한 혁신 실험을 업권 전체에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에서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신생 기업)을 연결해 혁신 생태계를 확장하는 독특한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실험을 펼쳤다. 2020년 첫선을 보인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 스퀘어브릿지’는 불과 2년 만에 대·중견기업 22개사와 총 161개 스타트업의 기술 협업을 연계하고 협업 계약 5건, 기술검증(PoC) 25건, 투자 3건, 양해각서(MOU) 체결 4건 등 성과를 거뒀다. 기업 가치 증대 효과는 1조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 회장은 올 3월 고문직으로 물러난 후에도 교류했던 스타트업들을 챙기며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 회장의 업적에서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도 앞선 디지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는 조 회장의 지침을 따라 해마다 수조 원을 디지털 분야에 투자했고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 펀드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조성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디지털 성과만을 공유하기 위한 행사인 ‘신한 디지털데이’를 열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의 거대 트렌드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있어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20년 11월에는 지주 이사회 내 위원회인 ESG전략위원회 협의를 통해 ‘제로 카본 드라이브’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친환경 금융 30조 원을 지원하고 2050년까지 그룹 자체뿐만 아니라 그룹 보유 자산포트폴리오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선언이다.
보수적인 문화로 잘 알려진 은행 산업에서 40년을 보낸 그가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던 것은 ‘맏형’ 리더십 덕분이라는 평가다. 조 회장의 별칭은 ‘엉클 조’다. 삼촌처럼 친근하게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기에 생긴 별명이다. 직원들과 스킨십을 확대해야 할 때는 분위기에 맞춰 음주를 잘 활용한다. 본인이 술을 잘 마시면서도 합리적으로 소통하는 스타일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11번 완주할 정도로 철저한 자기 관리도 업무에 임할 때 강철 같은 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셀프 리더십’도 그가 강조하는 주요 역량 중 하나다. 신입 직원부터 임원까지 창의성과 주도성을 갖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할 때 일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조 회장은 “‘생각과 행동을 현장 속에서 실천하고 일관되게 몰입하는 것’이 나만의 셀프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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