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이 지구로부터 5400만 광년 떨어진 초질량 블랙홀을 사상 최고 해상도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EHT협력단은 28일 국제 학술지 천문학 저널을 통해 EHT의 관측 전파를 345㎓로 확장해 역대 최대 해상도로 M87 블랙홀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미국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알렉산더 레이먼드 박사는 “기존 M87 블랙홀과 궁수자리 A 블랙홀(Sgr A) 관측은 1.3㎜ 파장(230㎓)을 이용한 것으로 블랙홀 중력에 의해 빛이 휘어져 생긴 밝은 고리가 희미하게 보였다”며 “0.87㎜ 파장(345㎓)에서는 이미지가 선명하고 세밀해졌다. 이전에 확인할 수 없었던 새로운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HT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대형 전파망원경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집합체(ALMA)’, 스페인의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프랑스 북부 확장 밀리미터 관측망(NOEMA), 그린란드 망원경 등 전 세계 전파망원경 15~20개를 연결해 만든 가상 망원경이다. 크기가 지구에 맞먹을 정도로 거대하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에서 0.87㎜ 파장을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관측 이미지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더 큰 망원경을 사용하거나 간섭계 역할을 하는 관측소 간 거리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EHT의 관측소 간 거리가 이미 최대치인 탓에 연구팀은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더 짧은 파장으로 빛을 관측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블랙홀 이미지 해상도를 50% 이상 높여 초질량 블랙홀의 경계 바로 바깥 영역까지 선명하게 포착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EHT 일부만 활용한 예비 실험으로 0.87㎜ 파장 관측에는 성공했지만 데이터 부족으로 아직 이미지를 얻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전체 EHT를 활용하면 해상도를 13마이크로아크초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구에서 달 표면의 병뚜껑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 공동 책임자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CfA)의 셰퍼드 돌먼 박사는 “다양한 파장으로 블랙홀 주변 가스를 관측하면 블랙홀이 어떻게 물질을 끌어당기고 축적하는지, 또 어떻게 강력한 제트를 발사하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