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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둘로 쪼개진 오너일가…"독자 경영 시동" vs "중대한 절차상 흠결"

■한미약품 일가 경영권 분쟁 정면 충돌

송회장측 "권한 없는 인사는 원천 무효"

임종윤 "독자경영 불가능…이사회 소집"

소송전 불가피… 임시주총 표 대결 전망





한미약품(128940)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고(故) 임성기 창업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가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 사장을 전무로 강등 인사 조치한지 하루 만에 한미약품은 박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공식 선언하며 맞섰다. 한미약품은 “권한 없는 지주사 대표의 인사 발령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한미사이언스도 곧바로 “한미약품의 인사 조치가 무효”라며 반박했다.

한미약품은 29일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본격화한다”며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종속회사로서의 경영이 아니라 한미약품만의 독자적 경영으로 ‘글로벌 한미’의 초석을 다지고 주주들께 높은 기업가치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모녀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 측 인사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26일 3인 연합의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공식 거부하자 박 대표는 28일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에 별도의 인사·법무 조직을 신설하며 독자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임종훈 대표는 박 대표의 직급을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했지만 한미약품이 정면 반격하는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이날 내부 인사 조직을 신설해 지주사에 위임했던 인사 업무 독립을 공식화했다. 인사 외에 독자 경영에 필요한 부서들을 신설하고 연구개발(R&D) 시스템 역시 정비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박 대표의 인사 강등과 관련해 추가 자료를 내고 “원칙과 절차 없이 강행된 대표권 남용의 사례” 라며 “지주사 대표의 인사 발령은 모두 무효이고 대표로서의 권한 및 직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계열사의 인사 및 법무 등을 대행하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계열사 대표가 독립된 조직을 만드는 데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한미약품 측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주사 대표는 그동안 계열사의 경영지원 기능을 수탁받아 용역 업무 대행 역할을 했을 뿐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직접적 인사 발령 권한이 없다”며 “특정 임원의 강등을 단독으로 결정하려면 사내 인사위원회 등 법적 절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임종훈 대표 측은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대표의 독립 시도에 반대한다고 충분히 경고했다” 며 “기존 인사 절차를 따르지 않은 박 대표의 인사 조치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한미 모든 그룹사의 인사 발령은 지주사 대표와의 협의 후 진행됐고 이를 부정할 경우 지주사 설립 후 지금까지의 모든 인사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런 중대 사항을 지주사 동의는 물론 이사회 논의조차 없이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은 중대한 절차상 흠결”이라고 강조했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 측도 “한미약품의 독자 경영은 불가능하다”며 “다음주 초(9월 첫째주)에 이사회를 열어 이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종윤 이사 측은 또 “박 대표가 한미약품 정관을 위반했다”면서 “상법에 따르면 중대한 정관 위반 사실이 있을 경우 회사는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 이사회가 열리면 임 이사는 본인의 대표 선임 안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숙 회장 모녀·신동국 회장 3인 연합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전면전에 돌입하면서 앞으로 법적 공방은 불가피하게 됐다. 임종훈 대표가 3인 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 소집 요청을 거부했지만 법적 요건을 갖춘 요청이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제안을 받았을 때 이사들은 지체 없이 이사회 소집 결정을 내려야 하고 이사회가 소집 청구를 거절하거나 상당 기간 지체하면 주주는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법원이 3인 연합 측의 손을 들어줘 임시주총이 열리면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한 번 주주들의 표 대결이 벌어진다. 현재 3인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48.19%를 보유해 형제 측(29.07%)을 앞서고 있지만 이사회 확대 등 정관 변경을 위해서는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66.7%)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5.5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2.2%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연대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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