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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자본시장 다툼에 정치가 왜 끼나

황정원 투자증권부 차장

황정원 투자증권부 차장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연일 치솟고 있다. 공개매수 직전일인 이달 12일 55만 6000원에서 20일에는 장중 75만 원까지 찍어 3거래일 만에 무려 30% 가까이 상승했다.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소프트뱅크 등 ‘백기사’를 끌어들이겠다는 최 회장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면서 주가 변동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점은 자본시장에서의 다툼에 정치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이 하루에 몇 개씩 자료를 쏟아내며 여론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치권의 등장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도 난무하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고려아연 근무복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더니 주식을 매입하고는 ‘울산시민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 인증샷을 공개했다. 김 시장과 울산시의회, 그리고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자본에 넘어가면 기술 유출과 핵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이순걸 울주군수 및 울주군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기간산업·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가 새 주인이 되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우려가 뒤따라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 소버린자산운용(SK), 칼 아이칸(KT&G), 엘리엇(삼성) 같은 글로벌 헤지펀드와 동일시하는 것은 과하다. 정치인들의 주장대로라면 PEF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업들은 어떻게 봐야 하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으나 선과 악의 프레임 속에 이때다 싶어 나오는 ‘정치쇼’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심지어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할 정도니 말이다.

이제는 영풍·MBK와 최 회장 측의 지분 확보 싸움이 본격 시작된다. 약 2주가 지나면 공개매수의 성패는 나올 것이다. 지금의 진흙탕 싸움이라면 영풍·MBK든 고려아연이든 양측 모두 승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여기에 애꿎은 개미들까지 포함되지 않았으면 하는 불안감은 기우일까.

통상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려아연 주가도 다음 달 4일이 지나면 기존의 50만 원 초중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오버슈팅된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입으면 정치권이 책임을 질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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