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사상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을 진두지휘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맞서 입법부 수장으로서 계엄 해제 의결을 이끈 데 이어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에 여당이 단체 보이콧을 하자 의원들의 참여를 호소하며 국민들의 탄핵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다. 우 의장은 헌법 수호를 위해 윤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우 의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정국을 수습하겠다고 밝힌 대국민 공동 담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위헌적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로 그 누구도 부여한 바 없는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와 여당이 공동 행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공동 담화 발표 등을 통해 위헌적 행위가 마치 정당한 일인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국민 주권과 헌법을 무시하는 매우 오만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전날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탓에 정족수 미달로 폐기된 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우 의장은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때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직에서 물러나게 하기 위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탄핵 절차” 라면서 탄핵이 대통령의 직무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법적 절차임을 거듭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날 한 총리와 전화통화에서도 이 같은 뜻을 전하고 한 총리의 회동 요청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총리가 담화문 발표 후 전화를 걸어 ‘앞으로 국회와 성실히 상의해가며 일하겠다’며 찾아오겠다고 했다”며 “저는 ‘국민이 위임한 바 없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고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국회를 대표하는 우 의장은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과 탄핵안 표결 등 정국의 고비마다 선두에 나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 의전서열 1위인 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시사하면서 2위인 우 의장의 존재감이 당분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탄핵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우 의장은 국회의원 선서를 낭독하며 여당 의원들의 투표를 에둘러 압박했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만 참여한 후 탄핵안 표결 전 본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투표 종료를 미루면서까지 여당 의원의 참여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우 의장이 오후 6시 18분 표결 시작 후 3시간여가 경과한 9시 22분에 투표를 종료해 여당에서 안철수 의원 외에 김상욱·김예지 의원이 추가로 표결에 참여했다.
또 우 의장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2표 차로 부결되자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입술을 꽉 문 채 침묵을 지킨 것과 표결 중 퇴장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공개 질타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계엄 사태 당시 경찰에 봉쇄된 국회의사당을 월담해 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통과시킨 우 의장은 이후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이므로 군경 병력은 철수하라”고 촉구해 관철시키는 등 국회를 앞장서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 의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만약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 또 법적인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숙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