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전략적 우군인 트라피구라가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처분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블루런밴처스(BRV)캐피탈 등에 이어 우호 세력들이 시세 차익을 위해 지분을 파는 모습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중개 회사 트라피구라는 지난 10월 고려아연 공개매수 등을 거치며 지분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매수 전 1.49%(30만7678주)였던 트라피구라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공개매수 이후 23만여주로 줄어들어 1.1%대로 감소했다.
앞서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은 사업 제휴 강화를 위해 트라피구라에 자사주 30만7678주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처분했다. 당시 1주당 처분가액이 64만7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트라피구라는 이번에 고려아연 지분을 일부 정리하며 1주당 20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액수로는 150억~2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미 최 회장 측 '백기사'로 알려진 한투, 한국타이어 등은 각각 0.8%, 0.7%씩 보유했던 고려아연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 BRV캐피탈,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도 고려아연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
이로써 양측은 지분율 격차가 6%포인트 정도로 벌어졌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약 40%, 최 회장 측은 우호 세력을 모두 합쳐도 34%로 예상된다. 양측은 다음 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원 교체 등 회사 경영권을 좌우할 핵심 안건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트라피구라가 주식을 팔지 않았고 일시적으로 빌려줬다가 다시 회수해 지분율이 그대로 1.49%를 유지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연금 역시 지난 9월 말 기준 7.48%(154만8609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주가가 200만원 위로 치솟았던 만큼 위탁운용사들을 통해 보유 주식을 상당수 처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매도했다.
한편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을 가지려면 이날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임시 주총 주주명부 폐쇄일이 오는 20일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일부터는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 초반 0.36% 하락한 110만8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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