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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집회 참가자 40%가 2030 여성…여성농민 후원 '연대'도

20대 女 26%, 30대 女 16%

女농민 농산물 정기구독 15배

미투 등 거쳐 '집회 큰손' 부상

"우리가 목소리 내면 세상 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트랙터 상경 시위에 나섰다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20시간 이상 대치를 이어간 22일 남태령 인근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22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농민들이 경찰과 28시간 동안 대치했던 ‘남태령 집회’ 참가자 중 절반 가까이가 20·30대 여성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집회 후에도 여성 농민단체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한 서울시 생활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0시 남태령역 인근에 몰린 집회 참가인원 2693명 중 26.20%이 20대 여성으로 전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30대 여성이 16.44%로 2030 여성 비중만 전체 참가자의 42.64%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집회 참석인원은 남태령역이 위치한 방배2동의 22일 생활인구에서 19일의 생활인구를 빼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여성들은 집회 후에도 여성 농민단체에 후원하는 방식으로 연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여성 농민들이 운영하는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 ‘언니네 텃밭’의 일 평균 매출은 남태령 집회 이후 5배 증가했다. 언니네 텃밭에 따르면 22~23일 이틀 동안 회원 가입자 수가 50배, ‘제철 꾸러미(제철 농산물 정기 구독 서비스)’ 정기 구독자 수가 15배 증가했고 방문자가 몰리면서 한 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언니네 텃밭 측은 사이트 공지를 통해 “농민들의 투쟁과 연대에 함께해줘서 감사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2030 여성은 앞선 7일, 14일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시위에서도 ‘응원봉 시위’를 주도하며 영향력을 자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지던 지난 14일 오후 4시 여의도에서는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이 각각 17.52%, 11.85%로 전체 참가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탄핵소추안이 부결됐던 7일에도 2030 여성 비중은 29.7%로 열 명 중 세 명 꼴이었다.

여성들은 광장에 나오게 된 가장 주된 계기로 윤석열 정부의 반여성 정책을 꼽았다. 그간 쌓여왔던 불만이 계엄을 분수령으로 폭발했다는 진단이다. 홍 모(29)씨는 “이전에도 여성친화적인 국가는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대놓고 내세우면서 안티페미니즘이 더욱 활개를 치게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박 모(31)씨도 “윤 대통령은 남녀 갈라치기 등 분열의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설상가상으로 계엄을 선포해 민주주의와 경제를 망가뜨리는 모습에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2010년대 중후반 ‘페미니즘 리부트’ 당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고 진단했다. 배 모(34) 씨는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 집회, 미투 운동 등을 거치며 목소리를 내면 세상은 느리지만 변화한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리얼돌 전면 금지화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 모(29) 씨는 “시위에 몇 번 나간 경험이 있다 보니 이번에도 전혀 주저하지 않고 나가게 됐다”고 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도 “2030 여성은 본래 정치적으로 ‘비주류’였지만 최근 10~20년간 정치 참여를 눈에 띄게 확대했고 이번에는 집회 최전선까지 나섰다”며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매우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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