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간) 스페인 항구도시 타라고나에 세워진 타라코 아레나. 기아(000270)는 투우가 열리던 전투장인 이곳을 유럽 전기차(EV) 시장의 판도를 바꿀 ‘2025 기아 EV 데이’ 개최 장소로 택했다. 행사 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전 세계 미디어와 관계자 5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기아의 유럽 전략 모델 목적기반차량(PBV) PV5와 전기차 EV4·EV2 콘셉트 모델이 조명을 받으며 무대 중앙으로 모여들자 현장에서는 환호성과 박수 갈채가 터졌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전동화 시장의 흐름 전환(Turn the tide)’을 새로운 시장 공략의 슬로건으로 소개하며 “PV5는 공급자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 개인별 요구를 충족하며 경상용차(LCV)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기아의 첫 번째 PBV 모델 PV5다. PBV는 승용과 레저용차량(RV), 상용으로 구분됐던 기존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깨는 혁신적인 모델이다. 사용할 고객의 목적과 요구에 따라 내부를 다양한 용도로 바꿀 수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른 PV5 4대는 모두 박스카 형태로 비슷한 외관이지만 용도와 내부 공간은 모두 달랐다. PV5는 승객을 태우는 패신저, 화물을 싣는 카고, 휠체어 슬로프(경사판)를 탑재한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차량 뼈대인 섀시 위에 캡(승객실)을 올린 섀시캡이 기본 모델이다. 이에 더해 특수 장비를 갖춘 컨버전 모델을 더했다. 컨버전 모델은 캠핑 등 야외 활동에 최적화한 ‘라이트 캠퍼’, 고급 승합차인 ‘프라임’ , 화물차와 승합차 중간 성격으로 유럽 전용인 ‘크루’ 등이 포함된다. 기아는 2026년까지 5개 기본 모델과 6개 컨버전 모델을 내세워 고객의 선택지를 넓힐 계획이다.
기아가 이날 PBV를 유럽 시장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배경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 상용차 시장이 있다. 환경 규제 강화로 내연기관이 중심이던 LCV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현재 6%에서 2030년 3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는 2030년 PBV 25만 대를 판매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 사장은 “LCV는 기업들이 운영하는 차량으로 탄소중립 차원에서 전동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는 유럽 전기 승용차 시장을 선도할 EV4도 공개했다. 기아가 EV3에 이어 유럽 시장에 내놓은 두 번째 대중화 모델이자 브랜드 최초의 준중형 전기 세단이다. SUV 중심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세단을 추가해 새로운 선택지를 고객들에게 제시했다. EV4의 최대 장점은 주행거리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533㎞(롱레인지 2WD 17인치 휠 기준)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길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매끄러운 차체와 휠 디자인 등을 적용하면서 우수한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기아가 EV2의 콘셉트 모델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소형 전기 SUV인 EV2는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위한 전략형 모델이다. 송 사장은 “전기차 시장이 정체기에 있지만 그 비중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전기차 시장 진입이 늦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더 저렴한 엔트리 전기차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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