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나 치은염, 치아 상실 등 구강질환이 있으면 암 발생 뿐 아니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0세 이상 장년층이 빠진 치아를 방치하면 암 발생 위험이 최대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계형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와 이승연 서울시보라매병원 공공부문 박사는 2009년 구강검진을 받은 성인 384만 5280명을 13년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6~2019년까지 이들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과 통계청 사망자료를 연계해 구강질환 보유 여부에 따른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분석했다. 구강질환은 충치와 잇몸을 지칭하는 치은에 염증이 생긴 상태인 치은염, 치아가 빠진 상태인 치아 상실 등 3가지로 나눠 살펴봤다.
암이 발생한 경우는 총 18만 1754건으로 구강질환이 있을 때의 암 발생률이 높았다. 특히 치아가 없는 경우 대장암은 13%, 간암은 9%, 위암은 8%, 폐암은 4%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은염이 있는 경우에도 간암과 대장암의 발생 위험이 각각 8%, 7% 증가했다.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구강질환 유무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10년간 암으로 인한 사망 총 3만 7135건 중 치아 상실이 있는 사람은 전립선암 사망률이 24%, 위암은 21%, 간암은 16%, 대장암은 14%, 폐암은 8% 높아다. 치은염도 간암 사망률을 11%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런 경향은 50세 이상 장년층에게서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50세가 넘어 치아가 상실되면 전체 암 발생 위험이 18% 높았다.
소득 수준이 높은 그룹과 흡연 경험이 있는 그룹에서도 치아 상실에 따른 암 발생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났으며, 흡연 경험이 없는 경우에도 위암·대장암·간암의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구강질환이 단순한 생활습관 요인 외에도 암 발생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계형 교수는 "구강질환은 단순히 치아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만성 염증을 통해 전신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암의 발생 및 진행에 관여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구강 검진과 위생 관리, 치과 치료는 암 예방의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프로그레스'(Science Progres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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