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나 치은염, 치아 상실 등 구강질환이 암 발생과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50세 이상 장년층의 경우 빠진 이를 그대로 둘 경우 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김계형 교수와 서울시 보라매병원 이승연 박사 연구팀은 2009년 구강검진을 받은 성인 384만 5280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충치, 치은염(잇몸 염증), 치아 상실 등 구강질환 보유 여부가 암 발생률과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구강질환이 있는 경우 전체 암 발생 건수가 눈에 띄게 높았다. 10년간 발생한 암은 총 18만 1754건으로, 특히 치아가 없을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13%, 간암은 9%, 위암은 8%, 폐암은 4% 증가했다. 치은염이 있을 때도 간암과 대장암 위험이 각각 8%, 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구강 건강 상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기간 동안 암 사망자는 총 3만 7135명이었고 이 중 치아 상실이 있는 경우 전립선암 사망률은 24%, 위암은 21%, 간암은 16%, 대장암은 14%, 폐암은 8% 더 높았다. 치은염 역시 간암 사망률을 11%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연관성은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더 뚜렷했다. 이 연령대에서 치아 상실은 전체 암 발생 위험을 평균 18%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구강 질환의 관리가 중장년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구강질환은 단순히 치아 건강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만성 염증을 통해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 과정이 암의 발생 및 진행에 관여할 수 있다”며 “정기적인 구강검진과 위생 관리, 그리고 적절한 치과 치료는 암 예방의 중요한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프로그레스(Science Progress) 최근호에 실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