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진행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확인되면서 자민당 내부에서 ‘포스트 이시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날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 차기 총재 및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해 출범한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이 줄곧 ‘정권 퇴진’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참패하면서 잠룡들이 세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으로 일본 내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다. 2019~2021년 환경상을 지냈으며 올해 5월부터 농림수산상을 맡고 있다. 당 내 개혁 세력으로 평가받으며 결혼 부부의 성(姓) 선택권(부부별성) 합법화, 노동 유연성 강화 등 젊은 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을 앞세워 ‘세대교체론’을 강조해왔다. 올해 쌀값 폭등 해결을 위해 농림수산상으로 등판한 뒤 쌀 유통 구조 개혁에 나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강한 일본’을 강조하는 강경 보수파로,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까지 올랐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석패했다. 일본 여성 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인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가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도 당내 보수 세력들은 “이시바 정권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다카이치를 차기로 미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카이치 본인도 이 같은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18일 참의원 유세에서 “자민당의 중심을 다시 세우겠다”며 출마 의지를 다졌다.
앞서 지난달 중순 산케이신문·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실시한 차기 총리 지지율 여론 조사에서는 고이즈미가 20.7%로 1위를, 다카이치가 16.4%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외교·재정·농업·교육 등 주요 부처를 두루 거친 실무형 관료인 하야시 관방장관도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8.8% 지지를 얻었고 이시바 정권에서 관방장관으로 발탁됐다.
정권 교체를 위한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야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가솔린세 인하 법안을 연대 법안으로 채택하는 한편 야권 연대를 통한 정권 교체에 본격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입헌민주당이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일부 야당과 연정 확장을 모색하는 가운데 자민당 소속이 아닌 제3의 인물이 연립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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