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은 2010년대 초반 딥러닝에 이어 2022년 생성형 AI 등장 이후 최근 에이전틱 AI까지 자율성과 적응성을 점차 확대하면서 빠르게 발전해 사회의 모든 부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엊그제 ‘GPT 5.0’ 등 연일 새로운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표되면서 국가 간 기술 주도권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했다.
미국은 지난달 23일 AI 인프라, 혁신, 안보를 3대 축으로 하는 ‘AI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계획의 중점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기술 영역을 포함하는 이른바 ‘풀스택 AI 패키지’를 우방국에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중국과의 AI 협력을 배제함과 동시에 각국의 소버린(주권) AI에 대한 제한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같은 달 25일에 발표한 ‘글로벌 AI 거버넌스 행동 계획’에서 포용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을 의미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이들 국가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미국이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과 실용을, 중국은 협력과 개방을 통한 안정적 발전을 추구하는 차이가 있으나 양국 공히 우방국이나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AI 패권 확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국은 소버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을 위해 산학연관이 힘을 합치고 있는데,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과 역량을 결합하고 정부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 민관 합동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소버린 AI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미국과 중국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체 모델 개발 대신 외산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산업 특화 AI에 집중하자는 현실론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모델, 데이터, 클라우드, 기술, 반도체, 응용 산업 등 소버린 AI 역량 요소를 모두 가진 유일한 국가다. 또 소버린 AI는 국내 데이터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음으로써 데이터의 보안과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고 독도의 영유권 분쟁 등 역사·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서 한국의 가치관과 문화를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소버린 AI는 우리에게 기회가 있으며 필요성도 인정된다. 기초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응용 AI는 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으며 기술 종속을 피하기도 어렵다. 다만 실행에서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전략을 추진함과 동시에 AI 전환을 위한 특화 분야에서는 외산 모델도 사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체 모델은 국방 등 공공 AI만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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