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압박 탓인지 지난해 석유화학 수출액(500억6,000만달러)은 사상 최초로 500억달러 돌파를 기록할 수 있었다. 석유화학 업계뿐 아니라 철강과 자동차 업계에서도 산업부의 이 같은 수출 독촉 연락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연락을 담당한 한 산업부 관계자는 “협회와 대기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수출 독려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압박하는 뉘앙스는 아니었다”며 “연말에 연휴가 많아 수출실적이 저조하거나 자칫하면 예정된 물량이 못 나갈 수 있어 그런 것들을 주의해달라는 차원에서 한 부탁이었다”고 해명했다.
정부가 이처럼 수출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은 주요 경제지표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여온 수출마저 무너지면 경제위기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출실적을 내세워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수출을 독려하고 싶다면 기업들을 몰아붙이기보다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일자리 실적을 늘리기 위해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에 단기 일자리를 할당한 기획재정부의 행태와 유사하다”며 “본질적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보기자 세종=강광우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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