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IB씨] M&A는 '그저' 기업사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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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륙횡단철도는 1869년 완공된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에서 네브레스카주의 오마하를 잇는 2,826㎞ 길이의 철도다. 거대 호황기 우후죽순 생겨나던 기업들이 답합을 금지한 반독점법(셔먼법)을 피해 이합집산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게 현대적 의미의 인수합병(M&A)의 시초다.
2011년 구글은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를 125억달러에 인수했다. 우리돈 15조원 가량을 썼다. 하지만 2년여 뒤에 중국 레노버에 29억달러에 다시 되팔았다. 단순 셈법으론 우리돈 10조원에 가까운 손해를 본 것. 하지만 진짜 손해일까. 많은 언론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의 막대한 규모의 특허권 소송을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성공적으로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레노버에 팔았지만, 대부분 특허권을 손에 쥐었기 때문. 이렇듯 인수합병(M&A)은 단순히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물었다!” 정부가 외환은행의 외자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2003년 어느 날.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고문)이 론스타 매각이 결정된 직후 부하직원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론스타 매각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판단은 여러분 몫이다. 론스타 매각과 관련해선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2006년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이 쓴 글도 참고할 만하다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164&aid=0000000022)
SK그룹은 최근 SK건설을 주축으로 해 국내 1위 업체인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하면서 환경 폐기물 사업에 새롭게 진출했다. 불과 5년 전 매출 2,000억원 규모였던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어펄마가 9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여러 폐기물 업체를 붙여 덩치를 키운 뒤 SK에 되팔았다. 이처럼 PEF가 투자한 기업에 웃돈을 얹어 사들이는 대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회수(EXIT)’ 시장에서 PEF의 역할이 갈 수록 거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