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애를 먹었던 한국 금융투자업의 주소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지각변동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합종연횡이어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외형확대에 고무된 나머지 하나같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벌써 밝히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최근 “대우증권을 품고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주겠다”며 해외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1일 통합 증권사의 미래상을 “(미국 BoA메릴린치와 같은) 유니버설뱅킹의 모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얼마든지 가능한 얘기다.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넘치는 것 같아 고무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고 자신감에 차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야 할 길은 더 험난한 게 현실이다. 규모를 보더라도 글로벌 강자에 비하면 아직 한참 모자란다.
IB 분야의 글로벌 넘버원인 골드만삭스는 자기자본이 90조원을 넘는다. 아시아 1위인 일본 노무라증권도 28조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 최대라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은 7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인적자원과 영업 노하우, 글로벌 네트워크를 따져보면 더욱 초라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국제업무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고작 11명 수준이라고 한다.
영업 또한 수수료에 의존한 천수답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인데 글로벌 IB와 맞짱을 뜰 수 있겠는가. 대형화 못지않게 전문가 양성 등 내실을 다지는 게 급선무다. 실력을 갖추는 것 외에 글로벌 강자가 되는 길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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