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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투기 파일럿







공군의 최신예 F-35 라이트닝Ⅱ 전투기는 고도의 정밀성과 자동화 시스템,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다. 네트워킹 능력도 탁월하다. 그런데 이런 우수성이 예기치 않게 한 가지 논쟁을 재점화시키고 있다. 전투기에 조종사가 꼭 필요한지가 그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도심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위치한 루크 공군기지. 조셉 스텐저 대위가 40℃가 넘나드는 활주로에 서 있다. 32세의 전투기 조종사인 그는 강렬한 눈빛을 가진 자신만큼 강한 인상을 지닌 5세대 전투기 ‘F-35 라이트닝Ⅱ’에 찬사를 쏟아냈다. 그의 임무는 F-35가 전장에서 펼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파악, 수백 명의 공군 파일럿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작년 겨울 루크 공군기지에 배치되기 시작한 F-35는 역대 가장 정밀한 전투기로 꼽힌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에 힘입어 적 방공망에 탐지돼도 레이더에는 골프공 크기의 비행체로 나타난다. 레이더를 교란함으로써 하늘에 골프공만한 표적 100개가 떠 있는 것처럼 속일 수도 있다. 최대 속도는 마하 1.6이며 무장도 25㎜ 벌컨포와 공대공 미사일, 2,000파운드(900㎏)급 유도폭탄 2발, 레이저 유도 폭탄 4발 등으로 무시무시하다.

하지만 진정 특출하게 해주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두뇌다. F-35에 탑재된 컴퓨터는 소프트웨어 코드가 무려 800만줄에 달한다. 지금껏 개발된 어떤 전투기보다 길다. 덕분에 항법과 통신, 표적 조준시스템을 모두 관장할 수 있다.

스텐저 대위에 따르면 기존 제트전투기는 레이더 등의 장비를 일일이 수동 조작해야 한다. 또 아군 전투기와의 통신과 지상군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기 위해 항상 고속 데이터링크를 주시해야 했다. 그리고 파일럿 또는 뒷좌석의 무장 관제사가 여러 정보들을 취합한 뒤 직접 타깃을 조준·발사해야 한다.

“누구나 짐작되듯 이는 많은 시간과 인지력, 사고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반면 F-35는 1인승이다. 자동화, 통합화된 수십 개의 센서가 그 작업을 상당부분 처리해준다.

일례로 열 센서가 적 미사일의 접근을 감지하면 즉각 경보음과 함께 ‘미사일 접근. 9시 방향’이라는 식의 음성메시지가 송출된다. 이때 조종사가 9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헬멧의 바이저에 미사일의 위치가 녹색 원으로 표시되고, 속도 및 타격 예상시간 정보도 시현된다. 그러면 조종사는 바이저에 표시된 타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기를 조준 발사한 뒤 미사일 회피기동을 하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F-35는 외부 카메라가 360도 전방향의 시야를 바이저로 전달한다. 심지어 조종사가 고개를 숙이면 조종석 바닥 아래의 모습까지 확인 가능하다. F-35의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향후 수십 년간 수천대의 F-35를 미 해군과 공군, 해병대에 인도할 예정이다. 공군의 계약물량만 1,763대에 이른다.

교관 역할을 맡은 스텐저 대위는 이미 200시간 이상 F-35를 몰아봤다. 비행을 하지 않을 때면 기밀 브리핑 룸에서 며칠이고 F-35의 전술매뉴얼을 읽고 또 읽었다. 그래서 루크 공군기지의 어떤 교관보다 F-35의 능력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저를 비롯한 대다수 동료 파일럿들은 F-35가 전시 제공권 장악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F-35가 전투기 조종사라는 직무의 종말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워낙 많은 첨단기술이 채용된 데다 자율성과 지능성, 네트워킹 연결성이 탁월해 인간 조종사의 역할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미 해군성 레이 메이버스 장관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F-35는 해군성이 구입 또는 운용하는 최후의 유인 전투기가 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메이버스 장관을 위시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투기 조종사의 존재가치는 매년 저하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의 조종사들은 더 이상 적기의 꽁무니를 따라잡아 조준해서 사격하지 않는다. 아이패드처럼 생긴 스크린이나 헬멧의 바이저 디스플레이로 정보를 얻으며 전자 센서와 네트워크 시스템, 공대공 레이더 유도 미사일에 힘입어 100㎞ 밖의 적기도 간단히 격추한다. 적기를 육안으로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어찌 보면 스크린을 바라보며 지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군용 무인기 조종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이다. 따라서 유인전투기 회의론자들은 굳이 인명피해의 위험을 무릎 쓰고 조종석에 사람을 앉힐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스텐저 대위도 9년이나 공군에 몸담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 파병시절 330시간의 전투비행을 수행했을 때를 포함해 한 번도 공중 근접전을 벌인 경험이 없다. 아니 적기를 육안으로 본 적이 없다. 다만 그는 전투기의 무인화에 대해선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돌려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공군 대위이고, F-35의 조종사며,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겁니다. 만일 F-35 이후에도 유인 전투기가 나온다면 정말 대단할 거예요. 반면 그렇지 않다면 안타까울 겁니다. 다음 세대들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 어떤 건지를 영원히 알 수 없게 될 테니까요.”

최고속도 마하 1.6의 5세대 전투기 ‘F-35 라이트닝Ⅱ’의 소프트웨어 코드는 무려 800만 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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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공군기지는 분주함이 가득하다. 15분마다 제트기의 이착륙 소음이 사막의 공기를 뒤흔든다. 지난 32년간 이 곳은 ‘F-16 파이팅 팰콘’ 조종사들의 주요 훈련기지 중 하나였다. 이제 F-16은 F-35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사라져갈 것이다.

이곳에서 조종사들은 스텐저 대위에게 여러 비행기술들을 배우게 된다. 아직 근접 공중전도 훈련과목에 포함돼 있다.

“기지 인근 소노란 사막의 23만7,000㎦의 공역에서 다양한 근접 공중전 전술을 훈련할 겁니다. 이 정도면 160㎞ 떨어진 적기와의 공중전 훈련도 기획할 수 있습니다.”

스텐저 대위에 의하면 훈련의 기본 목표는 두명의 F-35 조종사가 4대의 F-16에 맞서 싸워 이기는 것이다. F-16은 돼야 F-35와 어느 정도 상대가 가능하고, 잠재적 군사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주력 전투기가 F-16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제게 전술을 제대로 배운다면 F-16 조종사가 F-35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격추시킬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이후의 거의 모든 공대공 전투는 가시거리 밖에서 벌어졌다. 이는 각국 군대가 네트워크 중심전쟁(NCW)에 의존하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와 관련 전 공군 장교이자 펜타곤 산하 전략예산평가센터(CSBA)의 선임 연구원인 존 스틸리온은 GPS와 적외선 레이더, 레이더 유도 공대공 미사일, 지상군 및 공군용 보안 데이터 링크, 그리고 E-3 센트리 같은 조기경보기 등으로 구성된 NCW 개념이 등장하면서 공중전이 일어날 개연성 자체가 줄었다고 말한다. “1965년부터 2013년까지 공식 확인된 모든 격추 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는데, 1990년 이후 전 세계에서 격추된 제트기가 단 54대 뿐입니다.”

물론 이는 지정학적 원인도 일부 작용했다. 이 기간 동안 제트 전투기 보유국 간에 펼쳐진 공중전이 거의 없었던 것.

“하지만 기술의 발전도 이런 트렌드를 이끈 핵심 요인의 하나예요. 센서에 의존한 자동화 시스템과 가시거리 밖에서의 교전 능력 등에 의해 속력과 기동성 같은 제트기에서 중시됐던 전통적 강점들이 빛을 잃은 결과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요즘에는 어떤 장점이 가장 중시될까. 스틸리온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무기의 강력함과 장거리 타격능력, 센서, 항속거리, 네트워크 연결성을 꼽았다.

“이 요인들은 대개 장거리 폭격기와 관련됐던 것입니다. 미래 전투기들은 무인 장거리 타격기의 개념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흥미롭고도 기술적, 비용적 관점에서 타당한 관측이다. 유인기가 수행하는 임무라면 무인기도 너끈히 처리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뛰어나다. 또 무인기는 24시간 체공할 수 있지만 유인기는 불가하다. 게다가 무인기는 인간 조종사를 훈련, 재훈련할 필요도 없다. 조종사가 없어지면 막대한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양성 비용은 놀랄 만큼 비싸다. 2015년 펜타곤 예산을 보면 평시 훈련 기준으로 미 공군이 F-35A 1대의 1시간 비행에 투입하는 비용이 1만4,183달러(약 1,700만원)다. 단 한 명의 조종사에게 매월 13시간만 비행교육을 시켜도 1년 비용이 무려 220만 달러(약 26억원)나 된다.

참고로 루크 공군기지의 F-35 교육 프로그램이 완전히 가동되면 총 144대의 F-35A가 배치되며, 1개 비행대대는 24대의 F-35와 수백 명의 지원 병력으로 구성된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조종사의 양성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큰 비용이 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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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미래에는 이처럼 제트 전투기와 조종사의 역할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의견이 갈린다.

주지하다시피 스틸리온은 차세대 제트 전투기가 장거리 폭격기와 유사해질 것으로 본다. 장거리 폭격기는 전투기보다 훨씬 덩치가 크다. 교대 근무를 위해 2개조의 승무원을 탑승시킬 정도다. 그리고 첨단 레이더와 중거리 미사일로 무장한 4대의 무인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해 임무를 수행한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를 상대로 한 미래의 근접 공중전에선 이 무인기들이 전위대로서 적 영공 깊숙이 침투해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겁니다. 폭격기는 약 150㎞ 거리를 두고 무인기를 쫓아가면서 센싱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스틸리온 대위는 장거리 폭격기 1대가 8대의 적 전투기와 교전하는 상황을 묘사했는데, 유효사거리 400㎞의 장거리 미사일로 최대 6대의 적기를 일거에 격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공중전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은 스틸리온 대위 혼자만이 아니다. 록히드 마틴의 비밀 연구개발 조직 ‘스컹크 웍스’에서도 현재 수십 명의 엔지니어들이 무인기 시스템과 인공지능의 통합에 힘쓰고 있다.

예컨대 이곳의 ‘미니온(Minion) 프로젝트’팀은 스틸리온 대위가 앞서 언급했던 최첨단 무인기처럼 적 레이더 교란과 GPS 유도폭탄 투하, 그리고 고출력 마이크로파로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무인 정찰기를 개발 중이다. 스컹크 웍스의 첨단 제공권 장악·무인시스템 부문 책임자인 밥 루스코우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조종사의 인지 능력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가 협동해야 할 필요성은 항상 존재할 것입니다.” 노스롭 그루먼 역시 이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해 실험 중인 X-47B 무인전투기는 이미 항공모함 이착함에 더해 공중급유까지 성공했다. 때문에 수년 뒤에는 근접 공중전을 펼치는 무

인기의 출현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인 전투기와 관련된 담론 가운데는 윤리적 논제도 있다. 워싱턴 D.C.의 주(州)방위군 소속 F-16 파일럿 헤더 페니의 설명은 이렇다. “전쟁은 파괴적 행위이자 인명을 살상하는 행위예요. 원격조종되는 무인기라도 결국 시스템 안에는 사람이 있죠. 플랫폼의 성능이 아무리 향상되더라도 우리 사회가 사람의 생사를 가를 결정권을 병기 시스템에 넘겨주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페니는 자신이 말한 결정권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워싱턴 D.C. 주방위군의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인 그녀는 2001년 9.11 사태 당시 테러범에게 납치당해 워싱턴을 향하고 있던 유나이티드 항공 93편을 격추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F-16을 타고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격한 그녀의 전투기에는 무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필요 시 여객기와 충돌하라는 자살공격 임무를 받았던 것이다.



“여객기가 승객들의 반격에 의해 펜실베이니아주 서머싯 카운티에 추락하지 않았다면 제 손으로 그들의 생명을 거둬야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록히드 마틴의 미 공군 제공권 시스템 책임자로도 활동 중인 페니는 스틸리온 대위가 제시한 콘셉트가 꽤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그런 세상이 오려면 많은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녀가 말한 난제 중 하나는 고출력 마이크로파나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와 같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에관한 것이다.

“만일 국가의 공군 전력 대다수가 무인기로 이뤄져 있고, 그 무인기가 데이터 링크에 의존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죠. 적군이 전기펄스를 이용해 데이터 링크를 끊어버리면 무인기들은 사전 프로그래밍 된 대로 기지로 복귀하게 됩니다. 무인기에만 의존하면 DEW로 인해 일순간 제공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얘깁니다.”

동일한 상황에서 인간 조종사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데이터 링크가 끊어진 후에도 어떻게든 동료 조종사와 협력해 임무를 완수하려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결국 페니는 적의 생각을 가장 정확히 읽고, 끝까지 무력화시키려 애를 쓸 존재는 무인기가 아닌 인간이라 확신한다.

“전시 전략전술의 기본은 적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적의 생각을 읽어내서, 적보다 빠르게 더 나은 판단을 내려적의 실수를 거듭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인간의 인지 능력과 견줄만한 것은 없습니다. 적어도 아직은.”

미 공군 조셉 스텐저 대위의 F-35 누적비행시간은 200 시간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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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저 대위는 필자를 루크 공군기지의 한 쪽 구석에 새로 포장된 도로로 안내했다. 주변은 고요했다. 3일간 비행훈련이 없는 시기여서 장병들은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이윽고 2층짜리 건물이 나타났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형태의 아트리움과 제트기의 날개를 닮은 지붕이 이곳이 어딘지를 알려주는 듯 했다. 이 건물은 바로 4,700만 달러를 들여 준공한 교육센터였다.

새 카펫 냄새가 풍기는 센터 내부에는 강의실 18개와 수용인원 240명의 강당이 있으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듯한 방들이 적잖이 보였다. 또 육중한 이중 보안문 뒤로 최신 F-35 비행 시뮬레이터 12대가 놓여 있었다. 대당 단가가 2,300만 달러(약 270억원)에 달하는 녀석이었다.

교육센터의 책임자인 레트 하이어마이어 중령은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F-15C 이글을 조종하는 등 주로 일본과 괌, 태평양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추후 F-22 랩터를 몰았던 경력의 소유자다. 미 공군 사관학교 교수로도 재직한 경험이 있다. 2층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수십 개의 빈방들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년간은 별로 할 일이 없었어요. 출격이라고 해봤자 적들에게 이글과 랩터의 존재를 알리는 일종의 무력시위였죠.”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는 미 공군의 전투기 조종사들이 적기를 격추시킨 것은 1990년대 말 발칸 분쟁 시절이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전쟁 때도 이라크군은 모든 전투기를 지하로 숨겼어요. 미군의 공군력 우위가 너무나 압도적이었기 때문에요.”

하이어마이어 중령은 필자와 만나기 3주일 전 처음 F-35를 조종해 봤다고 했다. 이곳에서 그의 임무는 예비 F-35 비행교관들을 훈련시켜 다른 미군 조종사를 가르칠 교관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또한 호주와 노르웨이, 캐나다, 터키, 네덜란드, 덴마크 등 F-35를 구입할 다른 8개국 조종사들에 대한 교육도 그의 몫이다.

“아직은 학생 수가 적습니다. 미군 조종사 4명과 노르웨이 조종사 3명, 이탈리아 조종사 1명이 전부랍니다. 하지만 장차 이곳에서 매년 300여명의 조종사가 배출될 거예요.”

미 공군의 레트 하이어마이어 중령은 루크 공군기지 내 F-35 교육센터의 책임자다. 미래의 F-35 조종사를 양성하는 것이 그의 임무다.


하이어마이어 중령은 잠겨 있던 두 개의 문을 열고,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홀로 필자를 이끌었다. 4~5m마다 그려진 적색과 회색의 비대칭 아치가 시야를 어지럽혔고, 파란색 경광등까지 번쩍거려 울렁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눈에 더해 귀도 고통을 받았다. 아일랜드의 록 밴드 신리지(Thin Lizzy)의 노래가 엄청난 음량으로 흘러나와 소리를 질러야만 간신히 대화가 가능했다. 도대체 이토록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이유를 묻자 하이어마이어 중령이 진지하게 답했다.

“저쪽 벽 뒤에서 비밀스런 대화가 오고갑니다. 음악은 그 대화가 도청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커다란 이중문 앞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놀이기구처럼 생긴 물건이 나타났다. 방 한가운데 위치한 직경 3.3m의 흰색 돔을 거대한 강철 프레임과 25대의 고해상도 프로젝터가 둘러싸고 있었다. 바로 F-35의 비행 시뮬레이터였다.

사진 촬영은 거절당했지만 하이어마이어 중령이 F-35의 모의 조종석에 앉아볼 기회를 줬다. 반쯤 누워 운전하는 이탈리아제 스포츠카에 앉은 느낌이었다.

“이곳에 입소한 학생 조종사들은 1개월간 컴퓨터 화면을 보며 조이스틱으로 F-35의 조종연습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헬멧을 착용한 채 이 시뮬레이터에서 다시 30시간의 훈련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이수해야 실제 F-35의 조종석에 앉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F-35 조종사용 헬멧은 방위산 업체 로크웰 콜린스의 제품이다. 각 조종사의 머리에 맞춤 제작돼 개당 가격이 40만 달러나 된다. 하이어마이어 중령은 이 헬멧의 컴퓨팅 성능에 대해 마치 최신 노트북을 머리에 쓰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F-35 비행 시뮬레이터는 사실상 현존하는 가장 발전된 가상현실 체험 장치다. 조종석에 앉아 돔 안으로 들어가면 프로젝터들이 구글어스 수준의 고해상도 영상으로 3만 피트 상공에서 바라보는 산맥과 구름, 주택 등의 모습을 360도 전방향에 시현해준다. 여기에 실감나는 음향 효과가 더해져 극장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시뮬레이션 중 수시로 적기가 출현하고, 미사일이 날아옴은 물론이다.

“F-35처럼 이 시뮬레이터도 지상의 보안서버 및 다른 시뮬레이터와 연결돼 있습니다. 덕분에 여러 조종사가 각각의 시뮬레이터에 탑승, 합동 전술훈련이 가능합니다. 어쩌면 미국 내 다른 공군 훈련기지의 전투기 시뮬레이터와 연동시켜 훈련하는 날도 올 겁니다.”

그는 언젠가 이런 시뮬레이터 속에서 적 공군과 싸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대역폭(bandwidth) 입니다.”

대역폭은 NCW로 가기 위해 넘어야할 핵심적 과제다. 지상에서 무인 전투기를 완벽히 조종하려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송수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무인기의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통신대역폭, 다른 말로 정보량을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컹크 웍스의 루스코우스키 역시 통신혼잡과 정보량 축소를 이룰 유일한 길은 전투기의 인공지능과 자율성, 자체 연산능력을 강화시키는 것뿐이라고 강조한다. 무인기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다면 임무 목표와 교전 규칙, 전투 시나리오 등을 입력시켜 대역폭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컹크 웍스에서는 일단 자율 지면 충돌 방지시스템과 자율 공중 충돌 방지시스템으로 이를 구현하려 합니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에 이러한 시스템들이 속속 탑재된다면 자율비행 시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루크 공군기지를 떠나는 필자에게 하이어마이어 중령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어떤 전투기 조종사도 제1차 세계대전 초기의 기병대와 같은 총알받이가 되기 싫을 겁니다. 때문에 사람이 전투기 조종석에 앉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무기체계 내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의 어느 날 전투기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 같은 공간에 앉아 적들과 싸울 것입니다.”





F-35 헬멧

로크웰 콜린스가 개발한 F-35 조종사용 ‘젠Ⅲ’ 헬멧에는 다수의 신기능들이 채용돼 있다.

■ F-35의 동체에 장착된 카메라 6대가 촬영한 영상이 바이저로 실시간 전달된다. 동체를 투과해 외부를 볼 수도 있다.

■ 타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무기가 조준된다.

■ 야간투시경을 내장, 어둠 속에서도 시야가 확보된다.

■ 미사일 경보시스템이 지상과 공중의 적 미사일을 스캔, 위험을 알린다.

네트워크 중심전쟁 (Network Centric Warfare) - 탐지와 식별, 추적, 지원, 공격 등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군사작전 및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정확성,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전쟁.

DEW - Directed-Energy Weapon.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팀 /양철승 파퓰러사이언스 기자 cs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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