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모두 탈세 목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 기업이 해외거래의 특성상 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할 때가 있다. 2013년 뉴스타파는 조세회피처 내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이 245명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세무조사는 48명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페이퍼컴퍼니의 상당수가 자금세탁이나 도피, 비자금 창구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해당 로펌은 ‘멕시코 마약왕’ 라파엘 카로 킨테로 등 범죄자들을 고객으로 두고 브라질 기업의 뇌물 스캔들에도 연루된 곳이다. 탈세 목적이 아니라면 이곳과 거래할 이유가 별로 없다.
지난해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징액은 1조2,861억원으로 3년 전보다 55%나 늘었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일반인들이 보면 허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여기에 대규모 역외탈세 의혹이 또 터졌으니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검찰과 세무당국은 이번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역외탈세로 판명될 경우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조세정의가 바로 설 수 있다.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 강화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정치공방과 선거에 밀려 9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 비준안을 하루빨리 처리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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