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건물 소유주인 삼성생명은 최근 태평로 빌딩의 매각 주관사로 신영에셋과 에스원을 선정했다.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73에 위치한 태평로 빌딩은 연면적 4만㎡ 규모이며 애초 삼성생명이 임대용으로 지은 건물이다. 태평로 빌딩에는 현재 삼성생명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는 팀과 남성 보험설계사 조직인 GFC 관련 사업부 등 삼성 관련 조직과 중국 공상은행 등이 입주해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노후화된 건물인데다 최근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 새 오피스 빌딩이 많이 들어서는 등 도심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어 매물로 내놓게 됐다”고 매각배경을 밝혔다.
삼성이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생명 빌딩에 이어 태평로 빌딩도 매각에 나서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태평로 시대’가 저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태평로에는 삼성그룹의 강북시대를 상징하는 삼성생명 빌딩, 태평로 빌딩, 삼성본관 빌딩 등 3개 건물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는 이미 부영으로 건물주가 바뀌었고 추가로 태평로 빌딩도 새 주인 맞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태평로에 터를 잡은 금융 계열사들도 대부분 강남 서초사옥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삼성이 태평로 시대를 상징하는 건물을 잇따라 매각하는 것도 이 같은 연장 선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의 시작점으로 상징성이 큰 삼성본관도 지금 당장은 팔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매각 가능성이 있는 자산으로 꼽힌다. 지난 1976년 준공된 삼성본관은 애초에 삼성물산이 사용했으며 1999년부터 삼성전자가 쓰다가 2009년 삼성생명이 매입했다.
삼성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 때문에 삼성도 지금 당장은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본사는 삼성생명에서 지은 건물이고 태평로 빌딩은 임대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지만 삼성본관은 다르다”며 “그룹 차원에서 상징성이 큰 건물이기 때문에 매각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이 결국 삼성본관도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애착이 컸던 ‘종로타워’도 팔았다”며 “상징성보다는 실리적인 관점에서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본관도 결국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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