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은 오는 5월11일과 12일 양일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서울포럼 2016’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는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와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교수의 지상 대담을 진행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서울포럼2016’에 앞서 두 석학의 지상 대담 전문을 공개한다.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번 지상 대담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는 두 석학이 e-메일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울경제가 하라리 교수에게 e-메일로 ▲미래 인류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100년, 200년 후 인간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미래에 인공지능(로봇)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수명연장·장기이식 기술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류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동아시아가 미래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등 6가지 질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하라리 교수가 답하면서 다이아몬드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e-mail을 통해 하라리 교수의 답변을 받고, 이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답변을 하라리 교수에게 보내 추가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에 대한 다이아몬드 교수의 답변은 오는 5월11일과 12일 진행되는 ‘서울포럼 2016’에서 들을 수 있다.
한편 다이아몬드 교수는 ‘서울포럼2016’ 참석을 위해 오는 5월11일 방한하며, 하라리 교수는 이달 28일 방한해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다음은 두 석학의 대담 전문.
◇ 앞으로는 어떤 것이 변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인가?
▶하라리 교수 : 의심할 여지 없이 기술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특히 컴퓨터 과학과 생명공학 기술이다. 과거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얻은 주된 생산품은 총, 쇠, 섬유, 음식이었던 반면 21세기 인간경제의 주요 생산품은 몸, 뇌, 마음일 것이다.
역사의 모든 시기 동안 인간은 그들 주변의 세상을 변화시켜왔다. 그들은 숲을 개간하고,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고, 관개수로를 파고 도로, 다리, 도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힘은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석기시대와 같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인간은 외부 세상을 바꿀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개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 : 기술은 우리 생활 방식의 실용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치게 될 반면에, 생활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요인들은 현재처럼 계속해서 두 가지일 것이다. 한정된 자원과 인간 불평등이다.
유한한 자원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많은 연구는 마치 성장이 영원히 이용 가능한 것마냥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한 경제학 교과서 속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유한한 자원을 가진 세상에서 무한히 계속해서 성장할 거라 믿는 사람들은 바보와 경제학자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자원들 (물, 해산물, 농사를 짓기 위한 땅과 흙, 햇빛, 공간, 기타 등등)로 의해 인구 증가와 소비 증대가 제한된다. 현재 인구와 소비로 인해 이미 세계 인구의 상당수는 빈곤선 이하로 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75억 명에 달한다. 그중 한국, 미국, 유럽, 일본, 호주 사람들은 선진국 생활 방식과 소비 수준을 향유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 국가의 사람들은 이들보다 32배 낮은 소비수준을 영위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한 가난한 나라들이 선진국과 같은 소비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전 세계 소비 수준은 75억 명의 사람들 모두가 현재의 선진국과 같은 소비수준을 누리게 될 것이다. 몇몇 낙관론자들은 세상이 90억 명의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우리 세계가 75억 명을 부담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20년 전에, 현재와 같은 비율로 인구가 계속해서 무한히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한 유명한 경제학자가 있었다. 숫자만 가지고 살펴보면 그 말은 774년 후 지구에서는 1㎡ 안에 10명이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2000년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총 질량이 지구의 질량과 맞먹게 되고 6000년 후에는 우주의 질량과 맞먹게 될 수 있다. 나는 1㎡의 공간을 9명과 함께 나눠야 하는 세상에 살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간단히 말하면, 자원의 한계는 변화를 위한 두 가지 큰 원동력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또 다른 요인은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의 불평등일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동떨어진 나라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부유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늘날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기타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도 부유한 나라로 이민을 갈 방법이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당장 선진국의 생활 방식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세계 곳곳의 인간 사회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안정될 수 없다. 이러한 불평등은 이미 오늘날 변화를 일으키는 큰 원동력이다. 아무 날이나 골라 신문을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두 가지 요인 중 불평등은 미래에 변화를 일으키는 훨씬 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하라리 교수 : 불평등과 자원 부족은 분명히 변화의 주된 동력이 될 것이다. 사회,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기술의 변화를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래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불평등’과 ‘자원’의 의미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19세기 기술로 70억 명의 사람을 먹여 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심지어 왕족들도 높은 어린이 사망률로 고통받았다. 역사상 처음으로, 오늘날에는 굶어 죽는 사람들보다 너무 많이 먹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상하이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는 200년 전의 왕자들보다 어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 고로 2016년에 가난하다는 것은 1816년에 가난하다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기술 덕분에 우리는 기근과 전염병을 이길 수 있었지만 또한 지구온난화와 같은, 1816년에는 누구도 걱정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인간의 산업활동이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킬 것이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앞으로 몇십 년 안에 생명공학과 인공지능 같은 분야의 발전으로 예측하지 못한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겨, 현재 우리가 하는 걱정은 쓸모없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우리는 국가 간의 불평등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2100년의 주된 걱정거리는 서로 다른 인종 그리고 심지어 인간과 로봇 간의 불평등이 될 수도 있다.
◇ 100년, 200년 후 인류사회의 미래상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는가?
▶하라리 교수 : 약 200년 뒤에는 인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엄청난 힘을 얻게 되어, 우리 스스로를 파괴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 업그레이드할지도 모른다. 2200년에 지구를 지배할 생명체는 우리가 침팬지나 네안데르탈인과 달랐던 것보다도 더 많이 우리와 다를 것이다.
40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나타난 뒤로 줄곧 생명체는 자연선택의 법칙에 지배를 받았다. 당신이 바이러스였든 공룡이었든 간에 억겁의 시간 동안 자연선택의 법칙에 따라 진화하였다. 또한 생명체는 아무리 모양이 이상하고 기이하더라도 유기체의 영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선인장이었든 고래였든 당신은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제 과학은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유기물이 아닌 형태의 생명체의 창조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유기 생명체가 탄생한 지 40억 년 뒤 과학은 지적설계에 의해 만들어진 무기물 생명체의 시대로 안내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이아몬드 교수 : 그것은 50년 후 인간 사회가 어떨지에 달려 있다. 50년을 강조한 이유는 앞으로 50년 안에 전 세계 사람들은 자원이 한정된 세상에서 거의 동일한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거나 혹은 그때까지 안정되고 평등한 세계를 이룩하는 데 실패하여 더 이상 평등 사회를 이루어낼 가능성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우 중 첫 번째라면, 지금으로부터 100년, 200년 후 미래의 인간 사회는 현재의 한국, 미국보다도 훨씬 나은 생활 방식을 제공할 것이다. 두 번째 경우라면 100년, 200년 후 더 이상 지구에 인간이 살지 않게 되거나 살아 있는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뉴기니에 있는 내 친구들이 영위해 온 생활 방식과 비슷한 석기시대의 방식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 인간과 정부가 내리는 선택이 지금부터 50년 후 우리가 얻을 결과가 둘 중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나의 추측으로는 행복한 첫 번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51%, 불행한 두 번째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49%이다.
▶하라리 교수 : 나 역시도 우리가 안정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51%보다도 적다고 본다. 지난 10만 년 동안 인간은, 안정성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왔다. 변화는 역사의 단일한 거대 상수이고 변화의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물론 인류는 늘 우리를 놀라게 하며, 2065년 쯤이면 혹시 안정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것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만일 우리에게 2065년 이후의 미래라는 것이 있다면 그 미래는 아마도 혼란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기초를 두고 있을 것이다.
◇ 미래 인류사회와 관련해 로봇이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공지능을 포함해 로봇이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하라리 교수 : 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로봇은 그들 자체로는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그냥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로봇과 그 외 많은 기기를 통제할 수 있는 지능이다. 우리는 현재 운전부터 질병진단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20-30년 내 현재 직업의 최대 50%를 인공지능이 차지할 거라고 예상한다.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단 두 가지 능력(신체적 능력, 인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컴퓨터와 로봇이 이 두 가지 능력을 뛰어넘게 된다면 그들은 기존의 직업에서 인간을 능가했던 것처럼 새로운 직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인간을 능가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이 어떤 가치를 가질까?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용가치가 떨어진 수억 명의 인간들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모른다. 이런 상황에 대한 어떠한 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은 21세기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 : 로봇과 인공지능은 온 인간 생활의 실용적인 측면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간의 삶은 지난 6만 동안 변했지만 그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생각해봐라. 우리가 전화기, 자동차를 사용한 것은 100년이 조금 넘고, 텔레비전은 겨우 70년 정도, 이메일은 고작 몇십 년 정도밖에 안 됐다. 전화기, 자동차, 텔레비전, 이메일이 우리 삶을 바꾸어 놓은 것처럼 로봇과 인공지능 역시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전화기, 자동차, 텔레비전, 이메일이 있음에도 인간의 근본적인 걱정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 어떻게 노인을 대할 것인가, 어떻게 분쟁을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 것인가, 어떻게 위험과 다른 걱정거리들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이다. 우리는 전화기, 자동차가 없던 지난 수만 년 동안에도 이와 같은 걱정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아마 로봇과 인공지능을 더 많이 갖게 된 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걱정을 할 것이다.
▶하라리 교수 : 현재 인류가 하고 있는 근본적인 걱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 어떻게 노후를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분쟁을 해결할 것인가, 어떻게 건강을 유지할 것인가… 실제로 이런 걱정은 단지 수만 년이 아니라 수천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다른 포유류와 그 밖의 동물들과 공유하고 있다. 인간이 현재의 몸과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는 한 이 문제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것들과 구별해야 한다. 전화기, 자동차와 달리 인간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하고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지구를 지배하는 일이 일어난다면 수백만 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는 아이도 없고, 늙지도 않고, 분쟁을 해결할 때 감정이 필요 없는 존재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 이와 관련해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의 발달에 따른 수명연장과 장기이식이 인류사회의 변화와 형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가?
▶하라리 교수 : 향후 몇십 년 내에 우리는 인간의 수명을 급격히 늘릴 수 있는 신기술을 보게 될 것이다. 이 기술은 인간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 한다.
사람들은 점점 더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훨씬 더 오래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스스로를 재발명해야 할 것이다. 여러분이 50세가 되면, 십대에 무엇을 배웠든 완전히 무용지물이 될 테지만, 50세에 습득한 새로운 지식도 여러분이 80세나 100세가 되면 다시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이로 인해 엄청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 있다. 수명 자체가 스트레스의 추가적 원천이 될지 모른다. 여러분이 보다 더 오래 살 것이라고 예상할수록, 위험을 덜 감수하고 싶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건강과 안전에 집착하게 될 것이다.
가족구조, 결혼, 자녀-부모의 관계도 변할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여전히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 결혼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인생의 많은 부분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집중한다. 수명이 150년인 사람을 상상해보자. 40세에 결혼한 여인은 110년을 더 살게 된다. 그녀의 결혼이 1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게 현실적인가? 가톨릭 근본주의자들조차 확답을 내리길 주저할지 모른다. 그래서 인생의 시기별로 결혼을 거듭하는 현재의 축차혼(逐次婚) 추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40세에 아이 둘을 낳은 그녀가 120세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라. 아이를 기르면서 보낸 시간은 먼 기억이 되고, 그녀의 삶에서 사소한 에피소드가 된다. 이런 조건 하에서 어떤 형태의 부모-자녀의 관계가 전개될지 말하는 것은 어렵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65세에 은퇴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과 열망을 가진 새로운 세대를 위해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물리학자인 막스 플랑크는 “과학은 장례식이 한 번 있을 때마다 한 차례 진보한다”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 세대가 지나야만, 비로소 새로운 이론들이 오래된 이론을 대체할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이다. 과학만 그런 게 아니다. 정치 영역에 관해 잠시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푸틴이 향후 90년 동안 집권해도 괜찮은가? 만일 사람이 150세까지 산다면, 2016년에도 138세인 스탈린이 여전히 모스크바를 활발히 통치하고 있을 것이고, 마오쩌둥은 중년인 123세가 된다.
명심해야 할 마지막 요점이 있다. 새로운 생명연장 치료는 매우 고가일 가능성이 높으며, 80억 명의 인간 모두가 무료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것이란 점이다. 따라서 21세기 인간사회는 역사상 가장 불평등해질지 모른다. 역사상 최초로, 계층과 나라 간에 실질적인 생물학적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역사를 통틀어, 부유하고 힘 있는 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남들보다 우월하며, 보다 영리하고 용기 있고, 창의적이며 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 힌두교의 계급인 브라만과 불가촉천민은 능력 면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다가올 세대의 인류는 생물학적 카스트로 나뉘어 상류 계층의 인간들은 신과 같은 존재로 변할 수도 있다. 이때 상류 계층은 실제로 남들보다 더 영리하고, 용기 있고, 창의적인 인간이 될지도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 : 수명 연장, 그리고 장기 이식 등 현대 의학은 노년층의 비율 및 수명 증가, 그리고 청년층의 비율 감소의 원인이 되었다. 이미, 이웃 일본은 수명 연장에서는 세계 두 번째로 높으며, 출산율은 가장 낮다. 만약 이런 추세가 그대로 계속될 것으로 추정하면, 17년 후 일본에서는 더 이상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있다! 분명한 점은 그런 결과는 없을 것이며, 그런 추정은 직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점점 더 적어지는 젊은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노인들을 부양할 것이라는 점은 여전히 분명하다.
◇ 로봇과 바이오헬스 및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미래에는 돈이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인류 사회에는 장밋빛 미래가 없는 것인가?
▶하라리 교수 :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많은 위험에 직면해 있지만 커다란 위험에 직면한다 해도 인류는 그 시련에 잘 대처해나갈 수 있다. 가장 정확하고 낙관적인 모델은 핵전쟁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다. 또한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적인 폭력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 점이다. 1950~60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핵무기에 의한 대참사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인류는 핵전쟁을 통제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폭력의 발생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세계 몇몇 나라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발발하고 있다. 내가 중동 출신이라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광범위한 지역이 전쟁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고대 농업사회에서는 전체 사망의 15%는 인간에 의한 폭력으로 발생하였다. 이 수치는 오늘날 세계 전체적으로 1.5% 이하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오늘날 폭력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 적군이나 범죄자 혹은 테러리스트에게 살해당할 확률보다 자살로 죽음을 맞을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 명이 테러로 죽는다고 할 때, 과식으로 죽는 사람은 1,000명이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에게는 알 카에다보다 맥도날드가 훨씬 더 큰 위협이 된다.
현재 우리는 지구온난화, 인공지능의 발전 같은 새로운 위협을 맞고 있다. 위험은 매우 크지만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인류는 여전히 그런 시련에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 : 당연히 로봇과 바이오헬스의 발달로 돈은 미래에도 인간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3천 년 전에 돈이 생겨난 이후로 줄곧 돈이 인간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말이다! 인류 사회에 장밋빛 미래가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물론 우리가 지금보다도 나은 선택을 한다면 말이다.
◇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인류사회의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하라리 교수 : 현재 우리는 19세기와 유사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그 당시 세계는 산업혁명을 겪었다. 이 혁명은 영국, 미국, 일본과 같은 몇 안 되는 국가가 주도했다. 이 몇 안 되는 국가들은 세계를 지배했다. 그 외 대부분의 국가는 당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잘 알지 못했고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다른 산업화된 나라들에 점령당하고 착취당했다.
21세기 초에 진보의 열차는 다시 한번 역에서 출발하고 있는 중이다. 19세기에는 증기력, 화학, 전기가 산업화의 주요인이 되었던 반면, 오늘날의 진보는 생명공학, 컴퓨터 과학이 주된 요인이다. 그리고 19세기 산업에서는 음식, 섬유, 차량, 무기를 생산했던 반면, 새로운 생명공학, 인공두뇌학 산업에서는 몸, 뇌, 마음을 만들어낼 것이다. 몸과 뇌를 다룰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는 19세기 영국과 인도의 차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다음 혁명을 이끌어갈 존재는 창조, 파괴의 신성한 능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채 남겨진 사람들은 멸종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어떤 나라와 지역이 이러한 혁명을 이끌게 될까? 오늘날 세계는 동아시아와 북대서양 지역 나라들이 주축이 되어 선도하고 있다. 그 외 아프리카, 중동, 남미와 같은 지역은 뒤처져 있다. 물론 이는 바뀔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모든 나라는 다음과 같은 실존적인 질문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다음 혁명의 일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뒤처질 것인가?
▶다이아몬드 교수 : ‘지배적 리더(THE leader)가 될 수 있다’와 ‘한 리더(A leader) 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구별해보자. 지난 세기 동안, 인류 사회의 리더는 동아시아, 유럽, 북미였고, 북미가 현재 더 강력한 리더이다. 2백 년 전에는, 동아시아와 유럽이 리더였는데, 유럽이 더 강력했다. 5천 년 전에는 서남 아시아(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역)가 리더였고, 동아시아와 유럽, 북미는 여전히 낙후지역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최소 향후 수십 년 동안은 동아시아, 유럽, 북미가 계속하여 세계를 이끌어갈 것이다. 각 지역들은 서로를 비교했을 때 그들만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지역은 변하지 않는 지리적 요인들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을 계속하여 지배할 것이다. 이 세 지역 중 어떤 곳이 다른 두 지역을 지배할지는 인류 사회의 변동적인 요인들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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