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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금리.팍팍한 살림살이 탓에.. 외면받는 적금

적금 잔액 2월 기준 35.6조

작년 1월보다 3조 가까이 줄어

특판상품 제외 2%대 금리 없고

직장인 절세상품 쏠림도 한몫

서민층 대출금 갚기에도 벅차

은행도 가입자 유치에 소극적

2115A10 적금잔액수정




서민들과 사회 초년생의 대표적 재테크 수단으로 꼽혔던 정기적금이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금리 수준이 이자소득세까지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데다 돈을 모으기는커녕 돈을 갚기에도 급급한 가계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20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 정기적금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35조6,247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잔액인 38조375억원과 비교하면 3조원 가까이 줄었으며 감소세 또한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총 예금 잔액이 1,069조3,182억원에서 1,170조7,431억원으로 100조원 이상 증가하는 등 시중 자금의 은행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을 감안하면 적금 감소세가 한층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적금 잔액의 감소 원인으로 우선 낮은 금리를 꼽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적금 상품 중 몇몇 온라인 전용이나 특판 상품을 제외하고는 2%대 금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0개월째 1.50%를 유지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올 들어서만 적금 금리를 0.1~0.2%포인트씩 인하해 적금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원들마저 비교적 고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쉽게 목격되는 등 은행에서의 적금 이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어닥친 ‘세(稅)테크’ 열풍으로 절세 상품 가입이 늘고 있는 것 또한 적금이 외면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연금저축보험이나 연금저축펀드의 경우 가입시 최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13월의 세금 폭탄’을 우려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입 필수 항목으로 꼽히고 있다. 또 지난해 세액공제 규모가 확대된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적립금 규모가 전년 대비 44% 증가하기도 했다. 이들 절세 상품은 납입액 기준으로 70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적금 등에 예치할 자금은 줄어든 셈이다.

서민층의 저축 여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가 1,200조원을 넘어선데다 올 1·4분기에도 10조원가량 추가로 증가한 상황에서 빚 갚기도 버겁다는 것이 시장의 목소리다. 실제 생명보험사 해지환급금이 지난해 18조4,651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기존 금융 상품마저 해지하는 분위기다.

은행들 또한 적금 가입자 유치에 소극적이다. 최근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방카슈랑스 상품이나 체크카드 가입 등에 대한 권유가 주를 이룰 뿐 예·적금과 관련해서는 안내서조차 비치하지 않은 곳이 흔하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기업구조조정 이슈로 추가적인 대출 확대를 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꼬박꼬박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적금이 반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적금은 상대적으로 종잣돈이 적은 서민들이 가입하는 상품이지만 지금과 같은 금리하에서는 차라리 펀드나 절세 상품을 기웃거리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며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은행들이 정기예금 대비 적금 금리를 보다 빠르게 인하하고 있어 적금 매력도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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