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때 승객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에어백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유일의 공장입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현대차 ‘i40’에 장착된 운전석 에어백이 터진다. 품질 테스트를 위해 현대모비스 김천공장 생산라인에 마련된 전개시험실에서는 하루에 25번씩 이 같은 폭발음이 들린다. 사고시 목숨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인 만큼 영하 35도에서 영상 85도까지 혹독한 환경에서 매일 같은 시험이 진행된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불량품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다.
2일 찾은 현대모비스 김천공장 에어백 생산라인에서는 요란한 실험소리와 함께 ‘부품 자주독립’이라는 사뭇 진지한 구호가 흘러나왔다.
현대차라는 안전한 공급처를 보유한 계열 부품사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말이다.
현대차의 우산 아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달랐다.
불안한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자생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공장 곳곳에 배어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에어백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김천공장에 지난 5년간 어느 부품보다도 많은 투자를 에어백에 감행했다. 후발주자인데다 기존 업체들의 장벽이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판매한 800만대의 차량 가운데 현대모비스가 생산한 에어백을 장착한 차량은 300만대 수준. 계열사 공급물량치고는 작아 보이지만 공장이 본격 가동된 2011년 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오토리브’라는 세계 1위 업체와의 경쟁입찰을 거쳐 야금야금 점유율을 높여온 것이다. 오토리브는 전 세계 에어백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김용희 현대모비스 김천공장장(이사)은 “부품 자주독립을 위해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을 개발하는 마북연구소와 생산하는 김천공장 양쪽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대차에 납품하기 위해 다른 부품사와 똑같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어디든 물건을 가장 빠른 시간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공장 부지 후보를 다각도로 검토해 교통물류 중심지로 꼽히는 김천을 택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에어백은 운전석·조수석·사이드·커튼·무릎 등 한 차종당 총 5개씩 장착된다. 운전대 안, 시트 측면 재봉선 안쪽, 글로브박스 아래 등 곳곳에 숨어 있다. 불의의 사고로 에어백이 팽창했을 경우 가스가 주입돼 크게 부풀어 오르지만 평소에는 여러 겹으로 접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에어백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에어백 전용공장을 만들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설비를 장착했다. 김 공장장은 “김천공장은 오토리브보다 높은 자동화율을 나타내고 있다”며 “품질·단가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업체를 넘어선 상태”라고 강조했다. 출범 5년 만에 김천공장은 전 세계 모비스 에어백 공장에 기술을 전수하는 롤모델 생산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오는 5월 가동되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 인근에 마련된 현대모비스 에어백 생산라인은 김천공장을 벤치마킹했다.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멕시코에서 근무할 인원이 김천을 찾아 노하우를 습득한 채 돌아가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현대모비스는 전 세계로 에어백 영토 확장에 나선다. 정명철 현대모비스 사장도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김천공장을 찾아 직접 개선사항을 지시하고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현대모비스는 조만간 ‘보행자 에어백’을 선보인다. 김 공장장은 “에어백은 사고시 단순히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많은 연구를 통해 장착된다”며 “후발주자지만 업계를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천=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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