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원개발 체계가 공기업 역할을 줄이는 쪽으로 바뀐다. 한국석유공사의 자원개발 기능은 민간 혹은 한국가스공사로 이관되거나 아예 석유공사를 가스공사와 합병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광물자원개발도 자원개발 전문회사에 일임하는 방식 등으로 개편된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해외 자원개발 개편 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딜로이트안진·우드맥킨지 컨소시엄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20일 공청회를 연 뒤 다음달 최종안을 확정한다.
◇개발기능 이전 등으로 공기업 역할 축소 불가피=이번 보고서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방만하게 운영됐던 자원개발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런 만큼 공기업 자원개발 기능을 민간 등으로 옮기거나 공기업끼리 합쳐 효율을 높이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석유공사와 관련해서는 △자원개발 기능의 민간 이관(1안) △자원개발 전문회사 신설(2안) △자원개발 기능의 가스공사 이관(3안)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4안) 등 4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3안과 4안은 상장사인 가스공사와 얽혀 주주 반발과 동반 부실 우려가 나오고 1안은 보유자산의 민간 헐값 매각 비판이 제기된다. 독립 전문회사 설립의 경우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한 협력이 가능하지만 석유공사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부실 상황이 지속할 수 있다는 단점이 거론됐다.
보고서에는 광물 자원개발 개편안도 담겼다. 별도의 광물 자원개발 전문회사를 만들어 여기에 자원개발을 맡기는 방안과 광물공사 내 자원개발 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는 방안이 골자다. 어느 안으로 결정되더라도 해외 자산의 대거 정리와 기능 이전 등이 따라와 석유공사와 광물공사의 역할은 크게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부채 축소’와 ‘자원개발’ 맞교환 비판도=정부는 이번 보고서가 최적의 자원개발 체계를 찾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기대되는 가장 큰 효과는 역시 부채 축소다. 공기업의 기능 개편도 일단 부실 자산 등 해외 자산의 대대적인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 등 3개 공기업이 올해 갚아야 할 빚이 8조원대라는 점에서 이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졸속·헐값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자산매각 시한을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4대 개혁 중 그나마 공공개혁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을 떠올리면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개편안의 방향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석유자원개발의 경우 석유공사가 잘못된 투자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역량 자체는 유전 지분 참여만 하고 있는 민간이나 가스공사보다 낫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수익에 치중하는 민간에 자원개발을 대거 맡길 경우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원개발 역사가 고작 20여년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공기업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정부의 몸 사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원개발 정책이 갈지자를 그리는 통에 역량 축적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