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이 빅데이터·인공지능·가상현실·바이오 등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2012년 설립한 케이큐브벤처스는 지난 2월 배현민 카이스트 교수가 주축이 된 뇌진단 측정기 개발사 오비이랩에 1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금까지 기술기반 스타트업 12곳에 투자했다. 공개한 전체 투자기업(50곳)으로 보면 4곳 중 1곳이나 된다. 실례로 이미지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영상 의료 서비스를 개발 중인 ‘루닛’, 근적외선 이미지센서를 개발하고 있는 ‘스트라티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실내용 공기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는 ‘비트파인더’ 등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4년 4월까지만 해도 전체 투자 기업 20곳 중 기술 기반 스타트업 투자는 소셜미디어 검색 서비스업체 위브랩 등 3곳에 불과했었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기술력 자체에 집중해 특허 출원·국제 표준 채택 여부, 작성 논문의 인용 횟수 등으로 승부를 본다. ‘배달의 민족’, ‘김기사’ 등 모바일 앱 기반 서비스는 기술을 활용했지만 서비스 기반으로 분류된다. 이용자 수, 매출 규모 등이 주요 사업 목표 설정됐기 때문이다.
김기준 케이큐브벤처스 파트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투자회수 가능성 측면에서 장벽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기술 기반 회사를 보는 관점은 달라야 한다. 투자한 기술의 연구분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경우에 돌아오는 보상은 더 큰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앞서 2014년에는 딥테크(하이테크)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퓨처플레이가 활동을 개시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설립자는 영상 인식 회사 올라웍스를 창업한 뒤 2012년 미국 인텔이 350억원에 인수해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가장 성공적인 자금회수 사례로 꼽힌다.
지난 3월에는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에서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에만 특화한 300억 규모의 펀드를 출연하기도 했다. 김 파트너는 “카카오 등 큰 회사들이 나오면서 모바일 서비스 시장 역시 자본의 게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기술 기반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1세대 로봇업계 관계자는 “최근 팁스(중소기업청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보조금 편취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생태계를 잘 조성해야 잭팟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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