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재고 소진을 위해 생산시기에 따라 할인 폭을 차등 적용하는 파격적인 마케팅 방법을 들고 나왔다.
올해 1~3월에 생산된 그랜저와 쏘나타·투싼이 대상인데 생산된 월별로 할인 폭을 3~7%씩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 1월에 생산된 그랜저를 사는 사람은 개소세 인하분을 포함해 3월 생산분을 산 사람보다 약 60만원을 더 싸게 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재고 소진을 위해 ‘생산월별 차등할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현대차에 따르면 선착순 1만명에게 최대 205만원의 구매지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최근 실시하기 시작했다.
올 1월에 생산된 그랜저 2.4 모던 트림의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55만원과 더불어 7%의 할인을 추가로 해준다. 이를 통해 2,933만원의 차량을 2,711만원에 살 수 있게 된다. 2월과 3월에 생산된 차량은 각각 5%·6%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2016 쏘나타’와 ‘올 뉴 투싼’ 역시 개소세 할인(47만원)에 특별 구매 지원을 더해 최대 222만원까지 값이 싸진다.
보통 해를 넘긴 재고 차량의 경우 영업점에서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에 생산된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약 5%의 할인판매를 진행한다. 차량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생산된 차량이 큰 차이가 없어 이런 물량은 금세 동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현대차가 이번에 실시하는 정책처럼 월별로 차등 할인을 적용해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현대차는 이달 초 제네시스 등 대부분의 승용 차종을 무이자 할부로 판매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월초 공개하는 판매조건 외에 수백만원을 할인하는 추가 조건을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삼성·한국GM 등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지난달 기아차에 승용 선두자리를 내주는 등 내수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린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승용차 내수시장에서 4만3,216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200여대 많은 4만3,426대를 판매해 왕좌를 차지했다. 기아차가 현대차를 제친 것은 2년 4개월 만이다. 월별 판매실적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얻은 것은 역대 두 차례밖에 없다. 현대차가 주춤한 사이 ‘스파크’ ‘SM6’ ‘티볼리 에어’ 등을 내세운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 등 경쟁사는 신차 효과를 발휘하며 맏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역대 4월 실적 가운데 가장 높은 내수 판매(1만3,978대)를 기록했다. SM6와 SM7 등 신차 효과를 발휘한 르노삼성은 전년 동월 대비 21.6% 판매가 증가했다. 티볼리 브랜드를 내세운 쌍용차도 약진했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는 출시 이후 월 최대 판매 실적(7,788대)을 달성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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