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디벨로퍼 하면 ‘개발’만 떠 올리기 쉽다.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기획부터 설계, 법률 검토 등 여러 단계에서 디벨로퍼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조영(사진) 법률사무소 국토 대표변호사도 그 중 한 명이다. 개발에 관련된 각종 법적인 문제를 풀어가며 디벨로퍼의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부동산개발협회(KODA)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디벨로퍼가 법적인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가장 먼저 찾아 자문을 구하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다.
● 디벨로퍼가 꿈이었던 변호사
학창시절 김조영 변호사의 꿈은 디벨로퍼가 되는 것이었다. 대중들에게 디벨로퍼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가면서 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 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맨 땅을 사서 개발하는 일은 남자로서 한 번 쯤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법학과를 나와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부동산과 관련된 일을 주로 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 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최일선에서 뛰는 디벨로퍼의 꿈은 접었지만 그는 또 다른 디벨로퍼의 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개발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인 문제들을 지원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997년 부동산 법률 사무소의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약 1,300여 건의 부동산 관련 소송을 담당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에는 당시 건설교통부의 고문 변호사로 일했고, 2010년부터는 2년 동안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기관에서 자문 등의 일을 해보니 개발 사업과 관련된 철학도 생겨났다”고 밝혔다.
● 도시 경쟁력 살리려면 개발필수
조력자지만 그만 현장 일선에서 뛰는 디벨로퍼 만큼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그런 그에게 경쟁력 있는 도시의 조건을 묻자 ‘개발’을 첫 손에 꼽았다. ‘잘 된 개발사업’이 도시의 활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으로 일했을 때의 경험은 그런 그의 생각을 더 굳히는 계기가 됐다.
김 변호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있을 때 사람들이 저층, 보존, 경관 등을 지나치게 강조해서 화가 날 때도 있었다”며 “물론 도시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도시의 쇠퇴를 막는 것이 불가능한데 규제만 하려 들어서 답답했다”고 회상했다.
특히 용적률과 관련된 규제는 하루빨리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함으로써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 완화하는 데 따른 장점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내에서 노후화된 곳이 이렇게 많은 데 용적률을 조금만 완화해줘도 사업성이 크게 좋아지기 때문에 몇 년 만에 도시의 모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완화된 규제에 따라 얻는 이익을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한다면 공익적인 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사업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이 올라간 대표적인 사례를 묻는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부산 해운대를 지목했다. 몇 년 사이 규제를 확 푼 덕분에 고층 건물들이 하나 둘 씩 들어서며 도시의 경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난개발과 같은 부작용은 경계해야 하지만 결국 도시는 개발을 통해 발전해나가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통해 개발 사업이 활성화된다면 도시 입장에서는 돈을 들이지 않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 디벨로퍼의 ‘든든한 법률 후원자’
김 변호사의 철학은 결국 디벨로퍼가 하는 일의 중요성으로 이어진다. 대형 건설사에서 시행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도시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것은 결국 디벨로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행 사업은 성공하면 그만큼 이익이 많이 나지만 실패할 경우의 리스크가 너무 큰 탓에 대형 건설사들이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디벨로퍼 회사는 대표가 전결권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디벨로퍼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개발협회의 자문변호사로서 김 변호사의 역할이 그런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다.
그는 “미리 법률 자문을 받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수 십 억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을 생략해 큰 손해를 입은 디벨로퍼와 같은 사례는 흔하다”며 “디벨로퍼가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지식을 쌓고 나와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다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도시 개발을 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김조영 변호사
부동산 노하우 블로그서 공유
저술·무료 강의로 대중과 소통
김 변호사는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대중과 공유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직접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일반 부동산과 정비사업에 관련된 기초 상식 등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소송이나 재건축·재개발의 기초를 담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책의 경우 부동산 관련 전문 서적임에도 1만 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국내에서 부동산은 대중들의 삶과 밀접 하지만 기초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강의를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공무원, 기업, 주민들을 상대로 한 부동산 강의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공개 강의에도 나선 바 있다. 지금까지 서울·경기·부산 등의 공무원들을 교육했고, 성남·김포의 주민들이나 대형 건설사, 연구원 등의 직원을 상대로도 부동산 기초 지식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사무소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정비사업과 관련된 무료 온라인 강의도 공개하고 있다”며 “현장 강의보다는 온라인 강의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그는 출판이나 강의 등을 통한 지식 공유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부동산에 대한 기초적인 법률 지식이 없어서 큰 손해를 보는 사람들을 목격하며 안타까움을 느껴온 탓이다.
그는 “돈은 거의 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내 책이나 강의를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안타까운 법적 실수를 범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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