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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갤러리] 우순옥 '무위의 풍경'

우순옥 ‘무위의 풍경’, 10시간 단채널 영상, 2014년작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 시간을 앞서 가는 것이 타임머신의 원리지만 한없이 시간을 느리게 늘려놓은 우순옥의 풍경은 사람을 한발 물러나게 만들며 또 다른 의미로 타임머신에 태운다. 그것은 아련한 과거일 수도 있지만 채 잡히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삼청로 국제갤러리 1관 초입에 걸린 우순옥의 이 작품은 얼핏 정지 사진처럼 보인다. 실제는 독일 쾰른 부근 브루더클라우스 성당으로 향하는 길을 촬영한 영상이다. 명상의 장소로 유명한 이곳을 향하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10분 남짓의 거리를 작가는 10시간 이상으로 늘렸다. ‘느릿한 산책’에는 별스런 준비가 필요없는 듯하지만 현대인은 그 여유에 궁핍하기에 사색도 침묵도 비움도 어렵기만 하다. 이 작품을 통해 “인생의 긴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는 “느린 기다림의 감각, 침묵과 비움의 자유로움”에 대한 자신의 오랜 철학을 나눠준다. 안쪽에 설치된 영상작품 ‘파라드로잉’은 텅 빈 공항 활주로를 비춘다. 2008년 폐쇄돼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바뀐 베를린의 한 공항을 멀리서 촬영한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소년부터 스케이트를 신고 유모차를 미는 젊은 엄마까지 모두가 자유를 만끽하는 한가로운 풍경이다. 전시 제목인 ‘무위예찬’에 대해 작가는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일을 이룬다’는 역설적 의미”라며 “예술적 의미의 무의미화인 동시에 무의미의 의미화”를 이야기하는 한결같은 목소리의 작품 12점을 선보이고 있다. 6월12일까지.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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