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동안 사고가 날 때마다 비슷한 다짐을 여러 번 들었던 터라 썩 미덥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서울시 산하기관의 ‘갑질’은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사안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똬리를 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메피아’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산하기관에, 산하기관은 자회사나 용역회사에 박 시장과 인연이 있는 비전문인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들이 거래회사를 착취하는 메커니즘도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역시 자회사를 퇴직자들의 은퇴용 자리로 활용해왔다. 전동차 정비 업무를 맡은 서울도시철도ENG 직원 174명 가운데 도시철도공사 퇴직자가 27명에 달할 정도다. 퇴직자 대부분은 정비업무와 동떨어진 승무·사무직 출신인데다 기존 직원보다 수천만원의 연봉을 더 챙겼다고 한다.
“메피아가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라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인원을 감축하는 정책 속에서 탄생했다”는 발언도 책임회피로 들린다. 박 시장 취임 후 서울메트로의 사장·감사·이사 등 고위직은 노조와 시민단체 출신 낙하산으로 대거 채워졌음에도 마치 중앙정부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변명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근본책이 나올 수 있겠는가. 책임자 몇 명 자르고 이런저런 사고수습책을 마련한다고 해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박 시장이 통할하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구조적 비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해법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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