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원전은 이미 가동 중인 6기와 지난해 완공돼 시운전되고 있는 2기를 포함해 현재 8기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정부가 승인한 2기까지 들어서면 모두 10기로 늘어난다. 이렇게 특정 지역에 원전이 몰려 있으니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를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고리 원전 반경 30㎞에는 부산·울산·경남 시민들이 340만명, 반경 50㎞에는 5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하다고 해서 원전 건설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에너지 수급 차원에서 근시안적 접근이다. 환경 문제로 화력발전소 건설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원전 건설까지 막힌다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송 운운하는 것은 주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할 뿐이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지진·해일 등 유사시를 대비한 원전안전 대책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기존 원전은 모두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고 새 원전 또한 규모 7.0에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한다니 다행이다.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강한 내진설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진해일로부터 원전을 보호할 방재체제도 보강하고 비상시 이동형 발전차량도 확보했다니 안심이 된다. 이에 더해 모든 시스템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종 원전 정보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안전대책이 아무리 완벽해도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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