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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 남자심리읽기> 용을 이기고…마녀를 죽이고…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된다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교양인 펴냄

그림 동화에 숨겨진 상징 분석

이번엔 남자의 내적 성장 다뤄

부모에의 집착·인정욕구 벗어나

독립적 개인 거듭나는 과정 설명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가 수집해 엮은 동화를 통해 인간의 심층 심리를 들여다보는 ‘그림 동화 심리 읽기’ 시리즈를 펴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남자의 내적 성장을 다룬 동화 네 편-‘헨젤과 그레텔’, ‘두 형제’, ‘수정 구슬’, ‘북 치는 소년’-을 해석한 새 책을 냈다. 서품을 받은 사제 출신이자 정신분석가로 활약하고 있는 저자는 ‘그림 동화’가 단순히 재미있는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부모와 겪게 되는 갈등을 투영한 텍스트로 본다. 상담실에서 얻은 수많은 실제 사례와 신화·전설·역사·문학에 관한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한 저자는 동화에 숨어있는 인간의 원체험(어떤 식으로든 구애받게 되는 어린 시절의 강렬한 체험)을 끌어내고, 책을 읽는 우리 자신의 내면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남자는 왜 얼굴도 모르는 공주를 위해 목숨 걸고 용과 싸우는 걸까=수록된 동화 중 하나인 ‘두 형제’는 황금 새의 심장과 간을 먹은 덕분에 매일 금 한덩이를 얻을 수 있게 된 형제가 집에서 쫓겨나 모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냥꾼으로 자라난 두 형제는 갈래 길에서 헤어져 각자 길을 떠나는데 이중 동생은 사악한 용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공주를 구하고 그녀와 결혼한다. 저자가 이 ‘용과의 싸움’ 모티프에 대해 내놓는 해석은 이렇다. 주인공 남성은 황금도 있고 사냥꾼으로 실력도 키웠으며 모험 길에서 만난 동물들과 친구도 됐지만 ‘이성인 사람’과의 관계는 아직 맺지 못한 채 고독하다. 난생처음 이성과 참된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나타나는 모든 질문이 그에게 커다란 불안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이 바로 최악의 괴물 ‘용’으로 표현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낯섦과 불안에 시달리는 남성에게 용기를 주는 것은 누군가를 구할 수 있다는 ‘과제의 위대함’이다. ‘두 형제’는 황금을 만드는 능력 때문에 아버지에 외면당한 자들로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기 쉽다. 자신의 존재가 불안할수록 자신이 쓸모 있다는 느낌을 주는 ‘위대한 일거리’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해진다. 결국 용과의 싸움이란 사냥꾼이 자기를 쫓아낸 내면의 아버지로부터 풀려날 기회다. 그렇기에 이 남성들은 얼굴도 모르는 여인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

◇헨젤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선 ‘마녀’를 죽여야만 했다=저자는 ‘헨젤과 그레텔’ 속 헨젤의 이야기를 그를 사랑하지만 거부하고 버리려 하는 여인(어머니)과 그를 사랑하는 시늉을 하면서 먹어 치우려 하는 여인(마녀) 사이에서 슬기를 발휘해 살아남는 소년의 성장 서사로 해석한다. 소년은 자신을 버리려는 부모의 계획을 몰래 듣게 되지만 그럼에도 착한 아이로 남기 위해 부모의 거짓말을 모른 척하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빵)을 뜯어버리는 희생까지 감수하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한다. 하지만 끝내 버림받은 소년은 어머니를 마녀와 같은 존재로 여긴다. 이런 마녀로부터 헨젤을 구해내는 것은 그레텔. 저자는 동화 속 형제나 남매는 한 사람의 분열된 내면의 상징이라며 ‘그레텔’은 헨젤 안의 가장 연약하고 순종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레텔이 마녀를 죽인다는 결말은 소년이 비로소 ‘어머니’에 대한 중독 같은 집착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를 지닌다. 마녀를 죽인 헨젤과 그레텔은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자기 신뢰와 독립심을 가진 채 우뚝 선다. 부모에 거부당한 나머지 자신의 존재를 불안해하는 소년은 이제 이곳에 없다. 그야말로 해피엔딩. “바로 그래서 우리에게는 동화가 필요하다. 희망 안에서 성스러운 마법이 일어나며 불멸의 사랑 안에서 영원한 꿈 같은 시가 읊어지는 그런 동화가.” 저자의 마지막 말은 어린 시절의 상처에 아직도 괴로워하는 어른들에게 더 없는 위로로 남는다. 2만 8,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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