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PCA 판결에 이처럼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번 판결이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 주요한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된 스카버러 암초에서 중국 선박이 철수를 거부하자 필리핀이 PCA에 제소한 데 대한 최종 결정이다. 중국은 이외에도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파라셀제도(시사군도) 등에서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조치는 이외에도 여러모로 심상치 않다. 5일부터 파라셀제도에서 남해·동해·북해 함대 등 모든 해군 함대와 군함 100여척, 항공병단, 잠수함, 전략폭격기가 투입된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갔으며 12일부터는 스프래틀리 군도로 이동해 군사 작전을 이어갔다. 이뿐만 아니라 스프래틀리 군도 가운데 점유 중인 4개의 인공섬에서도 11일부터 등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 자국의 영유권 주장 근거로 삼는 ‘남해 구단선’에 대해 지지를 얻기 위한 외교전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남중국해의 ‘실효지배’를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지역 주변국과 보조를 함께하는 미국과의 대립·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다. ‘슈퍼 파워’들 간의 어떤 충돌도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에서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위험이 우리와 절대 무관하지 않음을 잊지 말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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