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회장의 이번 계획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하나는 오로지 국가 발전이라는 순수한 목적에서 개인 재산을 출연하기로 한 점이다. 지금껏 대기업 오너들의 사재 출연은 상속세 회피 등 특정한 목적이 있거나 정권 차원의 압박에 의해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직 사재 출연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천억원의 주식이 기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연구성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기초과학 분야 지원을 목표로 한 점이다.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기업들이 반도체·통신·의료응용 분야 등에만 관심이 있고 수십 년 동안 장기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뒷전으로 미뤄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초과학은 모든 과학기술의 토대가 된다. 서 회장이 신진 과학자 발굴과 함께 최소 5년에서 15년 동안 기초과학 분야 연구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서 회장은 불황 속에서도 불굴의 기업가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경영자로 꼽힌다. ‘K뷰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 아모레퍼시픽이 2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는 중국을 넘어 중동·중남미 등 세계 시장으로 활동무대를 넓히고 있다. 그런 그가 사재를 털어 순수 공익 과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새로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 같아 반갑다. 이런 시도가 다른 기업에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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