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부패를 막기 위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취지를 보완하려면 원안에 있던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살리거나 별도의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상겸(사진)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14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이 단체 회의실에서 연 ‘이해충돌 방지 장치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는 공사 구분의 인식이 결여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해충돌 방지는 장관이 자녀를 특채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것처럼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2013년 제출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 금지 등 세 영역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19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선출직 공직자 등이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의 예외로 두고 이해충돌 방지 부분도 논의 과정에서 아예 빠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 교수는 “부패는 공직자가 사익을 추구해 공익이 이미 손상된 경우지만 이해충돌은 공직자가 사적 이익을 위해 공직을 이용할 기회를 얻는 잠재적 상황”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부패 문화는 장유유서 등 유교적 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돼 이를 척결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를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대의민주주의에서 대리인의 권한 남용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제”라면서 “뇌물수수의 범주와 처벌 규정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히 국회의원의 특권 남용을 방지하는 데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행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증거가 없으면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면서 “국회의원의 ‘갑질’을 막고 이해관계자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면 이해충돌방지법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성욱 변호사는 “이해충돌방지법은 일종의 ‘갑질 금지법’”이라며 “김영란법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통째로 뺀 것은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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