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새벽 스커드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 군 당국이 13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발표한지 6일 만에 이뤄진 것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다수의 외신들도 이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외신의 반응을 살펴보던 중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불편한 사실을 발견했다. 북한은 이날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했는데, 많은 외신들이 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것이다.
영국 BBC는 기사의 부제로 “북한이 세 발의 탄도미사일을 일본해에 발사했다”라는 표현을 했고 또 다른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기사의 제목으로 “북한이 일본해에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디 벨트는 “세 발의 탄도미사일이 북한에서 일본해 방향으로 발사됐다”고 전했다.
유럽의 외신들뿐만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는 중국의 CCTV도 “미사일이 황해북도에서 발사돼 일본해를 향해 500~600 킬로미터를 날아갔다”고 표현했다.
반면 미국 언론들은 다소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 CNN은 “북한이 동쪽 해안(eastern coast)에 세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표현했으며 뉴욕 타임스도 “세 발의 발사체가 평양 남쪽의 황주에서 발사돼 북한의 동쪽 해안으로 날아갔다”고 전했다. 또 ABC 뉴스는 “북한이 세 발의 미사일을 동쪽 바다에 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 언론들은 유럽과 중국의 외신들처럼 ‘일본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국제적으로 ‘동해’(the East Sea)라는 표기가 ‘일본해’와 병기되기를 원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 같이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등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또 언론에 국한되는 문제도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독도 해상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의 위치 정보가 일본 행정구역으로 표기돼 애플이 독도의 위치정보를 공란으로 남기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다시 일본의 행정구역으로 표시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구글 지도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구글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수의 기업의 홈페이지에서도 그 같이 표시돼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해’라는 표기는 국제수로기구(IHO)의 간행물 ‘해양과 바다의 경계’에 근거한다.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IHO에서 1929년 처음으로 간행한 책자로, 일본의 식민 지배하에 있던 우리나라가 국제수로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일본 대표가 참가해 동해의 명칭을 ‘일본해’로 표시한 채 발행됐다. 그 이후 ‘일본해’ 표기는 우리나라가 IHO에 가입하기 이전인 1953년에 간행된 제3판까지 그대로 표기됐으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이후 끊임없이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2007년 북한의 ‘조선 동해’ 표기 요구 문제도 나오면서 IHO는 당사국인 남·북한과 일본의 협의가 완료될 경우 협의안을 반영하겠다며 동해 표기 문제를 오는 2017년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연기했다.
만약 2017년 국제수로회의에서 또다시 ‘동해’ 병기가 의결되지 않고, 제4판 발행시에도 ‘일본해’로 단독 표기된다면 ‘동해’ 표기 문제는 장기적인 과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동해가 ‘동해’로 표시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이 동해를 ‘동해’라고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외신들이 19일 북한 미사일에 대한 보도에서와 같이 아무 논쟁이 없는 것처럼 ‘일본해’라고 계속해서 표기한다면 ‘동해’ 병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외교통상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에서 외신들을 모니터하고 즉각적인 시정 요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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