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앙은행(BOJ)이 오는 28~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으로는 가장 먼저 돈풀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가와 경제성장률 부진, 환율 불안에 대응하며 경기를 효과적으로 부양하기 위해서는 아베 신조 정부가 다음달 초 내놓을 대규모 경제대책과 BOJ가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BOJ의 강력한 부인에도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에 직접 주는 일명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아 BOJ는 이번 회의 이후에도 보다 높은 강도의 부양 압력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융시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BOJ가 이번 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이 80%에 달했다며 BOJ가 정책금리의 마이너스 폭을 확대하거나 영구채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추가 완화책은 BOJ가 국채를 만기나 이자가 없는 영구채로 전환하거나 시중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법이다. 영구채 활용전략은 이달 중순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와 아베 총리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전 의장을 만난 후 힘을 얻었으며 상환기한이나 이자 부담이 없는 자금을 정부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헬리콥터 머니에 버금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다만 영구채 활용은 BOJ가 헬리콥터 머니를 채택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BOJ 입장에서는 정부의 순종적인 금고지기와 다름없는 헬리콥터 머니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독소와 같은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OJ는 이번 회의에서 최대한 기존 정책수단 범위에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즉 마이너스 금리 폭을 키우거나 현재 연간 80조엔 규모인 장기국채 매입규모 확대, 상장지수펀드(ETF) 구매액을 연간 3조3,000억엔에서 증액하는 방식이다. 금융시장에서는 BOJ가 이번 회의에서 이들 정책 중 하나 또는 여러 수단을 동시에 펼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들 정책은 아베 정권이 바라는 ‘소비심리 자극’을 측면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는 데서 나름의 강점이 있다. 가령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사회 인프라 정비에 들어가는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장기국채 매입 확대는 국채 장단기 금리차를 줄여 경제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다. ETF 매입 확대 역시 주가를 견인하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들 방안은 시장에서 원하는 헬리콥터 머니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1일 “필요성도, 가능성도 없다”며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일축했지만 노무라증권은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이번이 아니라도 앞으로 정부와 BOJ는 헬리콥터 머니를 논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등 BOJ에 대한 압박은 여전히 거세다.
한편 전문가들이 이번 회의에서의 추가 완화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일본 경제상황 때문이다. 25일 발표된 일본 수출증가율은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으며 5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4%나 하락해 BOJ가 양적·질적 완화정책을 시작하기 전인 2013년 4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대로 BOJ가 물가 잡기에 실패한다면 언제든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브렉시트 등 외부요인으로 엔화가치가 크게 오른 상황도 BOJ가 ‘무대책’으로 일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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