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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별기고] 한계 이른 한국경제, 돌파구는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해외 선진국 벤치마킹 습관

자기주도적 혁신에 걸림돌

사회 전반서 구조개혁 절실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구조적인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구조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마땅한 해법이 없다. 대다수가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개혁 해법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과거 문제와 현재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달라 현재의 연장선상에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경제위기가 발생했는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는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14년 산유국 유가 급락, 2015년 중국 경기둔화,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등 경제위기 상시화 현상이 뚜렷하다. 또 세계 경제의 축이 주요7개국(G7)에서 주요20개국(G20)으로 확장됐고 세계 주요국이 자국의 경제회복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등 변수가 복잡해졌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과거에는 제조업 등 눈에 잘 보이는 유형경제였으나 이제 서비스라는 무형재화가 중심인 비가시적 경제라는데 있다. 경제정책이 매우 어려워졌다.

또한 한국 경제주체들의 의식변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라 더욱 어렵다. 그동안 모방형 추격경제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이제는 창조형 선도경제로 나아가야 하니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선도적 입장에서 자기주도적 개혁을 해야 하는데 해외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며 따라 하던 오랜 습관이 자기주도적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이라 전략적·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일은 경제주체들의 의식과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을 리드하는 전략을 개발하는 깊은 통찰력을 훈련해야 하고 눈에 잘 안 보이는 무형경제 운용 시스템을 잘 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창조성과 무형적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와 교육 혁신, 혁신형 경제를 위한 각종 계약제도 개선, 갑질 없는 수평사회 구현 등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공동체 의식이 실종된 현재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상호 신뢰기반이 강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자본확충과 공동체 의식 강화 정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두 번째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다시보기다.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제조업을 살리는 방안을 제조업 내에서만 찾으면 해법이 없다. 또 서비스업을 단위산업 육성 차원에서만 보면 안 된다. 산업 간 경계가 해체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제조업이 서비스업적 성격을 가져야 하며 서비스업은 또 제조업적 성격을 지녀야 글로벌 경쟁력이 유지된다. 제품은 고객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고 서비스는 눈에 보이게 팔아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제조와 서비스의 구분이 없는 하나의 산업정책으로 제조업을 더욱 번영시키고 서비스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



세 번째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잡기다. 수출주도형 경제를 내수확충형 경제로 바꾸는 것은 산업구조를 리디자인해야 가능하다. 단순히 기존 서비스업의 양적 확대로는 국내 소비의 총량이 잘 늘지 않을 것이다.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서비스업을 많이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구조 변화 전망에 주목해야 한다. U자형 구조의 오른쪽 창조형· 협동형 산업이 발전돼야 고학력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고 해외로 유출되는 서비스 소비를 내수화할 수 있다. 현재의 산업구조를 구직자 구조에 맞추도록 리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재정·산업·정치·사회 모두에서 함께 구조개혁이 일어나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기존 패러다임을 빨리 버리고 새 패러다임을 정착시키는 역량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사회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며 자주 언급하는 ‘봉황열반(鳳凰涅槃)’이 우리의 현재 경제 시스템 개혁에도 그대로 요구된다. 봉황이 자신을 불사른 후 더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나듯이 한국 경제도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서비스사이언스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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