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을 그냥 흘려버리는 통에 지구촌 곳곳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환경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환경상’을 수상한 슬로바키아 비정부기구(NGO) ‘사람과물’의 미할 크라프치크(60·사진) 회장이 폭염과 해수면 상승의 원인으로 ‘빗물 낭비’를 지목했다.
크라프치크 회장은 대규모 댐 건설에 반대하며 대안적 방식을 고안한 공로로 지난 1999년 골드만환경상을 받았다. 그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의 초청으로 최근 방한했다. 서울대뿐 아니라 국회 등에서 빗물 등 물순환의 중요성을 강연하기 위해서다.
3일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로 빗물을 버리고 나무와 풀을 없애는 건 대지를 지글지글 끓는 ‘요리용 철판’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 1ℓ가 기화할 때 전력량 0.7kwh를 소화한다”며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잘 갖고 있기만 하면 열을 흡수해 시원하게 만들어주지만 이를 다 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이 두 번째 서울 방문이라는 그는 “서울의 대부분 땅이 포장된 것을 봤다”며 “빗물 저장 시스템은 기후 회복을 위한 가장 싸고 쉬운 방법인 만큼 빗물 저장으로 깨끗하고 시원한 도시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크라프치크 회장은 도시에서 나무와 풀이 없어져 콘크리트 포장을 따라 빗물이 버려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기온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고 판단한다. 그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감축보다 오히려 ‘물’에 집중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근거다.
크라프치크 회장은 “대개 사람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물에 대한 무지에서 파생된 추측일뿐 세계적으로 확증된 지식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슬로바키아의 사례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버려진 빗물의 양과 해수면 상승의 관계를 추정한 결과를 소개했다.
슬로바키아에서 1년에 버려지는 빗물의 양이 2억5,000만t인데 이 중 도시에서 버려지는 양만 6,500만t. 슬로바키아의 도시화 정도(4.8%) 등을 고려해 추산했을 때 전 세계에서 1년간 7,600억t 빗물이 버려지고 이를 바다 면적으로 나누면 같은 기간 해수면 높이 상승 폭 2∼3㎜와 거의 일치하는 2.1㎜가 된다.
크라프치크 회장은 물이 기후변화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물이 하천과 강을 거쳐 바다로 가는 ‘대순환’뿐 아니라 물이 모여 있다가 그 지역에서 기화해서 다시 비를 뿌리는 ‘소순환’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심한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는 물의 소순환 과정에서 비의 양이 계속 줄기 때문”이라며 “가정과 기관에서 쉽게 마련할 수 있는 옥상정원·오목정원 등을 통해 빗물을 받아놓고 소순환을 촉진하는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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