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뿐 아니라 제조·금융·의료 등 모든 산업의 ‘비기(秘記)’가 한군데 모이는 것이 빅데이터입니다. 빅데이터를 지배해야 산업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차상균(사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를 자원으로 이뤄지는 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차 원장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제너럴일렉트릭(GE)·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이 무서운 건 사실상 모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기업은 데이터를 분석해 산업 간 경계가 없는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장이 변하면 상품도 곧바로 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특성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각 산업군에 IT가 결합하는 ‘인더스트리 4.0’보다 한 걸음 더 진전된 개념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산업구조가 뒤바뀔 때는 앞으로 무엇이 중요해질지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차 원장은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 팔로어’라는 습성이 몸에 밴 우리나라는 시장과 산업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일에 서툴다”고 지적했다.
그 자신도 뼈아픈 경험을 했다. 지난 2000년 대용량의 데이터를 기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 기술 ‘하나(HANA)’를 대학원생들과 개발했다. 그러나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무슨 기술인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당장 돈이 안 된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 SAP는 하나가 보유한 데이터 처리기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2009년 인수했다. 이후 SAP가 하나를 통해 벌어들인 유무형의 가치는 무려 10억유로(약 1조2,400억원)나 된다. 차 원장은 “한국과 달리 SAP는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한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미국에서는 하나의 기술을 따라 한 스타트업이 생겨날 정도로 인메모리 DB는 주요한 기술적 흐름이 됐다.
차 원장은 정부나 기업들이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원장은 “부도가 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억지로 살리기보다는 차라리 보유한 기술로 다른 작은 기업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며 “특히 인수합병(M&A)은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