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가 사드와 관련한 ‘민심 청취’와 ‘소통 행보’의 일환인 만큼 박 대통령 발언은 대체로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사드와 관련한 갈등이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는데다 중국 등 관련국들의 반발과 보복성 조치들이 예고된 상황을 감안하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국방부 역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이날 사드 포대를 제3의 후보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서 수 차례나 성주군의 다른 부지 검토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실무 차원에서 검토했으나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까지 피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이날 청와대 회동 결과로 앞으로 사드 관련 정책 추진에서 신뢰성 훼손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당장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성주 주민 관련 단체들은 제3지역 이전이 아닌 성주 배치 철회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모았다. 우리는 그동안 원전, 핵폐기물 저장소 등 주민들이 반대한 시설에 대한 정부 결정이 한번 흔들리면 결국 이도 저도 못하면서 수년째 표류하는 사례들을 너무 많이 봐왔다. 사드 배치도 이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드는 위험천만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안보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성주 내 이전 가능성 언급’이 혹여 사드에 대한 정부의 원칙과 입장에 변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오해돼서는 곤란하다. 사드 배치는 성주만이 아니라 주변국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