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세금으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도가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집중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재산세와 양도세 같은 직접세 징수를 강화하는 동시에 전체 근로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면세자 비중을 줄여 조세를 통한 소득 재분배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7월 월간재정포럼에 발표한 ‘연말정산 대란과 보완대책, 그리고 남은 과제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OECD 30개국의 평균 세전 지니계수(시장소득기준)는 0.469, 세후 지니계수(가처분소득기준)은 0.307이었다. 조세를 통해 지니계수가 16.2%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불평등 개선 폭은 34.5%에 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후 지니계수가 0.307로 세전 지니계수(0.338)에 비해 3.1%포인트(9.2%) 낮아지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의 세금 재분배를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 정도가 OECD 평균의 4분의 1수준이라는 얘기다. 지니계수는 계층 간 소득 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0(완전평등)에서 1(완전불평등)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재분배율이 높은 나라는 아일랜드(47.8%)와 핀란드(46.7%), 슬로베니아(46.4%), 벨기에(45.1%) 순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이 완화되는 추세라고 말한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지난 5월 내놓은 자료에는 지난해 지니계수는 0.295로 2006년 이후 처음 0.3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0.312에 달했던 지니계수는 011년 0.311에서 2012년 0.307로 떨어졌다가 2014년 0.302를 기록하는 등 수치로만 보면 불평등은 줄고 있다.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상·하위 20%의 소득격차)’도 5.11배로 200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의 비중인 상대적 빈곤율 역시 13.8%로 2006년 이후 최하 수준이라는 것이 공식적인 수치다.
반면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한국경제포럼에 내놓은 ‘소득세 신고 자료를 활용한 최상위 소득계층의 소득 집중도 추정’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득 분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소득 가운데 소득 상위 1%의 소득집중도는 2007년 11.08%에서 2012년 11.66%로 높아졌다. 상위 0.1%의 경우 2007년 소득집중도가 3.93%에서 2012년 4.13%까지 뛰었다. 2012년 기준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2억2,200만원, 0.1%는 7억8,740만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상위 소득자들의 소득 집중도가 높아진 데 반해 걷은 세금을 나눠 소득 불공평을 완화하는 정도가 OECD에서 최하위 수준을 보인 주요 원인으로 ‘소득공제’를 꼽았다. 세금을 공제하는 방식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매기는 금액(과세표준) 자체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보통 소득공제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예를 들어 소득공제액이 500만원일 때 연봉 2억원인 사람은 최대 175만원(500만원 × 35%)를 절세할 수 있지만, 연봉 2,000만원인 사람은 최대 75만원(500만원 × 15%)만 줄일 수 있다(2013년 이전). 반면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은 그대로 두고 적용받는 세액에서 일부 세금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세율은 △과표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원 초과 ~ 4,600만원 이하 15%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35% △1억5,000만원 초과 38%이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근로자가 소득이 적은(대게4,600만원 이하) 근로자보다 불리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득 불평등 완화와 조세 확대를 위해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일부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꿨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꼼수 증세’라는 비판이 일었던 ‘연말정산 대란’에서 보듯 5,500만원 이상 중위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또 저소득층의 증세 논란을 피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근로자 비중이 폭증했다. 2014년 기준 전체 근로소득자 가운데 면세자는 절반에 가까운 48.1%(2014년)에 달한다. 이는 미국(35.8%)과 캐나다(33.5%), 호주(25.1%), 영국(2.9%)에 비해 상당히 높다. 4인 가구 기준 면세 기준은 2007~2008년 1,646만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3,230만원이다. 이 금액 이하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규정한 ‘국민개세주의’에 맞게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한편 대게 고소득층이 많이 내는 재산세·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를 더 걷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세를 통한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세액공제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과정에서 면세자 비중을 높아져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내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는 재산세와 양도세, 상속·증여세에 대한 각종 공제 혜택을 줄여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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