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리우에 와서 며칠간은 한국에서 가져온 걱정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평화로운 것 같았습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모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사람들은 친절했습니다. 사전고지 없이 한 숙소에 여러 명을 몰아넣어 폭리를 취하거나 샤워부스에 뜨거운 물이 안 나오는 정도의 일쯤은 ‘애교’로 넘어갈 수 있었죠. 강절도 사건이 시간당 13건 일어나는 곳이라는 등 리우에 대해 워낙 안 좋은 얘기들을 듣고 온 터라 사소한 불편쯤은 불편으로 여기지도 않을 정도가 된 겁니다. 리우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며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던 외신들도 개막 이후로는 조용해진 분위기였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일해왔다는 한 미국인은 셔틀버스의 습관적인 지각과 한 끼 3만원은 기본인 바가지 상혼에 대해 얘기하자 “여긴 리우니까요”라며 허허 웃어넘기더군요.
그러나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아찔한 소식은 백번 양보해도 적응하기가 힘듭니다. 리우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교민은 삼보드로무 양궁경기장에 다녀왔다고 하니 “거긴 강도 소굴이라 여기 사람들도 잘 안 가는 곳”이라며 놀라더군요. “올림픽 기간이라 조용한 거지 리우는 살 곳이 못 돼요. 우리야 저 위만 쳐다보며 기도하면서 사는 거지, 뭐.” 아주머니의 손은 코르코바도산의 예수상이 있는 쪽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