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총지출 규모는 2005년 이후 2010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면 감소한 적이 없다. 2010년 역시 바로 직전 해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8조3,000억원의 대규모 추경편성에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정부지출은 매년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내년 국가 예산이 400조원을 넘어서게 되면 2005년 이후 12년 만에 나라 살림 규모가 2배나 불어나는 것이다.
슈퍼 예산이 국가부채를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지만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일본이 304조원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는 등 주요국들도 ‘뉴노멀’ 시대에 대응해 재정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선진국들이 재정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총수요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 역시 각 부처에 재량지출을 10%씩 줄이라고 요구하면서도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동력 등에는 확장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 증가하는 만큼 비효율성이 발생할 소지도 커졌다는 점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와 저출산·고령화 정책 관련 예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야 예산은 2014년 100조원을 돌파한 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서도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국가부채만 늘리는 꼴이 된다. 여야 정치권은 앞으로 국회 예산심의에서 예산이 알맞게 편성되고 효과는 제대로 낼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지고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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