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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산업 전쟁]"우리 車는 우리 배터리로"...국산화 가속페달 밟는 美·中·獨

<4> 불붙은 '배터리 신토불이' 전쟁

獨 폭스바겐 13조 설비투자 계획 ·BMW도 자체 생산 검토

美 테슬라 신규공장 가동...中도 자국 경쟁력 높이려 진입장벽

LG화학·삼성SDI 등 시장 주도해온 한국기업 위기이자 기회

앞선 기술력으로 각국과 협업...시장지배력 키울 발판 삼아야





에너지 신산업 전쟁에 참전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는 요즘 배터리 국산화, 곧 ‘배터리 신토불이’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는 반도체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미래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시대에는 배터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거꾸로 이 같은 물결은 기존 배터리 시장을 주도해왔던 한국과 일본 기업에 부담이자 또 다른 도전의 시간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독일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이 공업도시 잘츠기터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폭스바겐의 신규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액이 100억유로(약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DPA통신·한델스블라트 등 현지 매체들은 폭스바겐이 아시아 배터리 기업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승용차 부문 대표(전 BMW 연구개발 총괄 부회장)가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인터뷰했다. BMW는 “현재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의 기술력이 최고인데 굳이 바꿀 이유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BMW는 태국에 632억원을 투자해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만이 아니다. 미국·중국도 배터리 국산화를 추진하며 한국·일본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테슬라모터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리노시에 건설 중인 신규 공장 ‘기가팩토리’의 일부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총 5조6,800억원을 투자해 짓는 이 공장은 55만7,418㎡ 규모에 달한다. 아직 14% 정도 지어졌으며 오는 2020년 완공이 목표다. 테슬라는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50만대 규모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삼성SDI 같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거대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중국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자국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외국 업체들에 대한 진입 장벽을 치고 나섰다.

올해 초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를 정부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게 대표적인 예다.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는 한국 기업들의 주력 생산제품이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에 탄력받은 중국 업체들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를 양산할 채비를 속속 갖추면서 국내 기업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려는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은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 배터리 기술은 에너지 신산업의 심장과도 같다. 배터리의 저장 효율과 안전성을 높일수록 전기차의 성능을 올리면서도 가격은 낮출 수 있다.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도





확산된다. 결국 배터리를 선도하는 국가·기업이 에너지 신산업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의미다.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도 빠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세계 2차전지 시장은 지난해 약 230억달러(약 25조6,749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1,200억달러에 근접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문조사기관인 B3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소형 전지 시장은 삼성SDI와 LG화학이 41.7%(2016년 예상)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에 주로 탑재하는 중대형 배터리는 닛산과 일본 NEC가 합작한 AESC, 파나소닉-산요가 4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으며 LG화학과 삼성SDI가 각 10%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 신토불이는 한국·일본 기업이 거대한 시장을 눈앞에서 놓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LG화학이 중국 정부로부터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4차 동력전지규범조건)을 받는 데 실패하면서 현지 1위 완성차인 상하이전기차(SAIC)가 LG화학 배터리를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정부는 6월 57개 배터리 제작사에 인증을 주면서 외국 업체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완성차·전기차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질 수 있다면 배터리 신토불이 시대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많다. 물론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기술력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국산화를 추진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전체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때문에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에는 긍정적”이라며 “기술협력처럼 배터리 사업을 확대할 기회도 열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파나소닉과 테슬라의 협업 사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테슬라의 최대 배터리 협력사인 파나소닉은 기가팩토리 건설비용 가운데 16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부품을 공급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LG화학의 국내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인 충북 오창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세계 각국이 배터리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그간 시장을 주도해 온 국내 배터리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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